현대그룹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고강도 자구안’을 발표한 가운데, 한동안 답보 상태에 머물렀던 현대증권의 매각 작업도 다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잠재 인수 후보군도 여럿 거론 중인 시점이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인수합병(M&A) 시장에 널린 다양한 중소형 증권사 매물 중 현대증권의 매력도가 특별히 높지는 않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향후 주가 전망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3일 현대그룹은 매각 주간사로 EY한영을 선정해
현대증권(003450)의 매각 공고를 냈다. 최대주주 현대상선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그룹 내 추가 자구안의 일환이며 인수의향서는 오는 29일까지 받을 계획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그룹에서) 현대증권의 공개 매각을 추진했고, 현재 매각 공고가 나간 상태”라고 말했다. 매각 지분은 현대상선 보유분(22.43%)을 포함한 22.56%이며 지분 가치는 3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고, 인수 후보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경우 매각 가격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현대증권은 일본계 사모펀드 오릭스 PE에 매각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19일 인수 주체 측의 포기로 현대증권의 매각은 마무리 절차만 남겨놓고 원점으로 돌아간 바 있다. 이후 현대증권의 매각 작업은 잠정 중단됐고, 대우증권 인수전에 밀려 시장의 관심권에서도 멀어졌다. 매각을 둘러싼 불확실성만 몸집을 키우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룹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서면서 그간 지지부진했던 현대증권의 매각 작업도 본격화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벌써부터 인수 후보군을 점치는 분위기다.
지난해 말 대우증권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셨던 KB금융지주와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우선 거론된다. 작년 초 현대증권 매각 본입찰에서 오릭스PE와 각축을 벌였던 파인스트리트 사모펀드(PEF)도 관심을 가질 것으로 예고됐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대증권의 상대적 매력도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매각이 원활히 진행될 지는 미지수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증권이 매력없는 매물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다”며 “많은 계열사가 얽혀있어 비상시 현대증권이 '계열사 부실을 떠안는 역할'을 하지 않겠냐는 경계감이 가장 크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관계자도 “다른 증권사 매물과 비교해볼 때 큰 메리트는 없다”며 “주가 측면에서도 매각 관련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어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매각 성사 여부보다는 인수 이후의 전망이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형 증권사라도 인수 이후의 시너지와 불확실성 여부에 따라 주가 방향성이 불리하게 전개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할 것”이라며 “매각 과정에서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는 점이 가격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현대그룹은 3일 현대상선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고강도 자구안의 일환으로 현대증권의 매각 공고를 냈다. 사진/뉴시스
이혜진 기자 yihj07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