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탈크 베이비파우더' 파문 당시 별도의 석면검출시험 없이 탈크를 의약제품으로 사용한 업체 현황과 제품정보를 홈페이지에 게시한 식약청 처분은 옳은 것이어서 국가에게 민사상 배상책임이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업체와 제품에 대한 무단 게시로 손해를 입었다며 의약품 제조업체인 H사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탈크는 국제암연구소가 1987년부터 석면과 동일하게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해 인체에 극히 유해함이 분명한 이상 석면이 함유된 의약품 등의 인체 유해성 여부가 아직 과학적으로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어도 식약청장이 석면이 함유된 의약품 등으로 인해 공중위생상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한 것이 잘못이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국내에서 유통된 석면 오염 탈크는 모두 한 곳에서 공급한 것이고, 그 업체가 순도 시험결과를 조작해 불량 탈크를 판매한 혐의도 드러난 이상 탈크를 사용해 제조한 의약품도 석면에 오염됐을 위험성이 있다고 본 식약청의 판단이 그르다고 볼 수 없다"며 "따라서 식약청이 반드시 원고가 제조한 의약품에 대한 석면검출 시험을 거쳤어야 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더욱이 유해한 의약품으로 인한 공중위생상의 위해는 금전 드으로 회복하기 어려운데다가 피해가 매우 광범위하므로 행정청으로서는 그 예방을 위해 적극적이고 선제적 조치를 취할 필요가 크다"며 "이와는 달리 식약청의 처분이 재량권 등을 넘어선 행위로 보고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판단은 잘못"이라고 판시했다.
식약청은 2009년 3월 언론을 통해 베이비파우더를 생산하는 업체들이 석면이 포함된 탈크를 사용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자 시중 유통 중인 30개 품목을 수거·검사한 뒤 석면이 검출된 12개 제품을 판매 금지시키고 회수조치 등을 지시했다.
이후 탈크가 의약품 등 다른 업체에 사용된 사실을 확인하고 '탈크의 석면 불검출 규격기준'을 신설해 2000개에 이르는 의약품 등 제조업체에 기준에 적합한 원료를 사용하도록 명령했다.
이후 계속된 조사에서 식약청은 국내에 유통되는 석면 오염 탈크가 D사 한 곳을 통해 공급된 사실을 확인한 뒤 H사를 비롯한 120개 의약품 제조업체의 1122개 의약품목에 대한 유통 및 판매 중지, 회수명령을 내린 뒤 이들의 관련 정보를 식약청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이에 H사는 자사 제품에 대한 별도의 석면검출 시험도 없이 일방적으로 회사와 제품 정보를 홈페이지에 공개해 손해를 입었다며 5억30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식약청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석면 오염 탈크의 위험성이나 사회적 피해규모를 고려해볼 때 식약청의 처분은 옳았다고 판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으나 2심은 이의신청이나 보상기준 없이 과도하게 공개해 재량권을 넘은 처분을 했다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이에 국가가 상고했다.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