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간질약 밸프로에이트의 부작용을 인정하여 임산부의 복용을 경고한다는 프랑스 보건당국의 발표가 있었다. 발표에 의하면 밸프로에이트(데파킨)는 신생아의 선천적 질환을 유발하고 정신지체와 자폐증을 일으킬 확률도 높다고 하였다. 이 사실은 임신부 뿐 아니라 신생아 소아의 항경련제 복용까지 다시 한번 짚어보게 되는 의미 있는 발표다.
본원에 내원하는 환아의 부모들은 중증 소아간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경우 아이의 항경련제 복용을 결정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증세가 심하지 않은 경우 좀 더 지켜보자는 권유와 부모가 아이의 경련이 많이 불안하다면 항경련제를 쓸 수도 있다는 선택의 기로에 있다. 이는 양호한 경우이다. 하지만 너무나 당연히 항경련제를 처방 받아 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항련제 먹여야 할까? 먹이지 않아도 될까? 우선 가장 중요하게 알아야 하는 것은 항경련제에는 치료 기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항경련제 복용 여부는 치료 가능성에 있지 않으며 경련으로 인한 위험이나 불편으로부터 환자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에서 투약하는 것이다. 즉 경련 자체가 위험하기 보다는 경련으로 인한 사고 등의 위험이 크기 때문에 처방하는 것이다.
또한 경련 자체는 뇌손상을 시키지 않으며 뇌와 인체에 별다른 손상을 주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항경련제를 복용해야 할 이유는 너무도 뚜렷한 위험과 이유가 존재해야 한다.
소아의 경우 꼭 항경련제를 투약해야만 하는 필연적 이유를 찾을 수 없다면 즉 경련으로 인한 사고의 위험을 부모가 잘 관리할 수만 있다면 신중하게 투약을 보류하는 것은 적합한 선택이다. 성장기 어린이는 뇌발달이 왕성한 시기이며 이때에 항경련제의 사용은 당연히 아이의 성장과 발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번 프랑스 보건당국의 발표 외에도 항경련제를 복용한 임산부의 아이들의 아이큐가 일반아이에 비하여 떨어진다는 보고가 있다. 그러나 항경련제를 복용한 아이들이 장기적으로 어느 정도의 지능상 저하가 존재하는지 정밀하고도 장기간에 걸쳐 추적한 논문 보고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번 프랑의 당국의 보고는 항경련제의 위해성 정도가 어느 정도 검토된 것으로 보인다.
하자만 분명한 것은 항경련제 사용이 낮에 활동 중에 발생하는 경련으로 인한 사고위험을 줄인다는 사실 외에 투약해야 할 명확한 근거는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정황을 무시한 채 항경련제가 무슨 대단한 치료제라도 되는 양 무작위로 대량으로 성장기 소아에게 남용되는 안타까운 일이 비일비재하다.
치료하는 의사, 치료받는 환자와 보호자 모두 각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 김문주 아이토마토한방병원 대표원장
- 연세대학교 생명공학 졸업
- 경원대학교 한의학과 졸업
- (전) 한의사협회 보험약무이사
- (전) 한의사협회 보험위원
- (현) 한의학 발전을 위한 열린포럼 운영위원
- (현)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부원장
- (전) 자연인 한의원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