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감자 결핵 사망…외부 병원도 증세 몰랐다면 국가책임 없어"

입력 : 2016-03-17 오후 12:00:00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구치소 수감자가 결핵으로 사망한 경우 X-선 검사로 결핵 증상을 사전에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해도, 결핵이 긴급히 진행됐고 구치소 외 일반 병원에서도 이를 알지 못했다면 국가에게 수감자 사망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수감 중 좁쌀결핵 악화로 사망한 박모씨의 유족이 필요한 조치를 다 하지 않아 박씨를 사망하게 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박씨의 기침 증상을 구치소는 물론 박씨가 7차례나 투석을 받은 구치소 외 내과병원의 진료기록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고 좁쌀결핵의 증상인 고열, 체중감소, 식욕부진 등의 기록도 없는 점, 박씨가 호소한 한쪽 무릎 통증만을 근거로 결핵성 관절염을 의심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구치소 의무관들이 박씨의 결핵을 의심하지 못한 것을 주의의무 위반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박씨 자신도 수감 다음 날 무릎 통증을 호소하기는 했지만 호전되고 있고 사회에 있을 때 일상생활에 지장은 없었다고 진술한 점, 구치소 의무관은 이에 따라 해열·진통·소염제를 처방하면서 외부 종합병원에서 검사를 받도록 조치한 점, 전문적인 인력을 보유한 종합병원에서도 박씨의 결핵을 의심해 흉부 X-선 검사를 시행한 적이 없고 결핵을 예상하지 못했던 점 등을 종합해보면 구치소 의무관들에게 박씨의 결핵 감염여부를 의심해 흉부 X-선 검사 등을 시행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박씨는 2009년 11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벌금 300만원이 확정된 뒤 벌금을 내지 못해 노역장 유치명령에 따라 수감된 뒤 2010년 7월 말기 신부전증으로 형집행정지 결정을 받고 같은 해 8월 좁쌀결핵과 폐렴으로 사망했다.

 

박씨는 이에 앞서 1992년 만성 자가면혁질환인 홍반성 루푸스진단을 받은 뒤 루푸스 신장염에 의한 만성신장질환(2급 장애인)을 앓아 오다가 2010년 6월 서울의료원에서 담낭절제술과 왼쪽 슬관절 천자를 받고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당시 서울구치소 의무관은 박씨로부터 무릎 통증이 있지만 호전되고 있고 사회에 있을 때에도 생활에 지장이 없었다는 진술을 듣고 상태를 지켜보다가 류마티스내과 진료와 루푸스 정밀진료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내 외부 내과와 모 종합병원에서 검사와 치료를 받게 조치했다.

 

그러던 중 박씨는 외부 내과에서 저혈당으로 투석을 할 수 없게 되자 종합병원 응급실로 이송됐고, 이후 심한 기침과 호흡곤란증세로 치료를 받다가 결국 숨졌다. 이에 박씨 유족은 "구치소가 X-선 검사로 쉽게 결핵증상을 발견할 수 있었음에도 주의의무를 위반해 사망케 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 2심은 국가의 과실을 일부 인정해 박씨 유족의 청구를 받아들였으며, 이에 국가가 상고했다.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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