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업계, 삼중고에 '시름'

정부 허가제로 차량 증차 쉽지 않은데다 쿠팡과 소송까지

입력 : 2016-03-24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택배업계가 삼중고에 시름하고 있다. 택배시장이 성장하고 있지만 택배 차량 증차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쿠팡까지 공짜배송에 나서면서 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택배시장은 성장하고 있지만 택배 차량 증차가 어려운 상황인데다 쿠팡이 흰 번호판을 달고 로켓배송을 하고 있어 업체들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택배기사들이 제품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3일 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택배산업은 전자상거래 및 홈쇼핑 활성화로 연평균 17.4% 증가율을 기록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택배1개당 평균단가는 과열경쟁으로 인해 낮아지고 있다. 2001년에는 3190원이던 평균단가가 지난해 2392원으로 떨어졌다.
 
택배물량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업체들은 택배 차량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화물자동차로 운임을 받고 운송을 하기 위해서는 일반 승용차의 하얀색 번호판과 다른 '노란색' 번호판을 달고 영업을 해야하 는데, 이 번호판을 발급하는 기준을 정부가 '허가제'로 바꾸면서 택배 차량 증차는 업체들의 고민거리가 됐다.
 
업계 관계자는 "육상운송이나 택배업은 서로 시장과 업태가 다른데도 불구하고 동일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의 적용을 받아 택배차량도 증차가 제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올해 3400여대의 택배차량을 증차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이 중 택배업체에 할당된 분량은 15.9%에 불과하다. 업체들은 급증하는 택배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이정도 물량은 턱없이 모자라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쿠팡이 '흰 번호판'을 달고 로켓배송을 시작하면서 택배업체들을 대표한 통합물류협회가 제동을 걸게 됐다. 하지만 최근 서울중앙지법은 한국통합물류협회가 지난해 '로켓배송' 자가용 유상운송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쿠팡은 '논란이 마무리됐다"고 주장했지만 통합물류협회 측은 "이번 결정은 로켓배송의 행위금지에 대한 결정이지 위법성 여부에 대한 판단은 아니다"고 맞서고 있다. 협회는 조만간 본안소송에 나서 '위법성' 여부를 가린다는 입장이다. 택배업체들과 쿠팡과의 갈등은 재점화될 전망이다.
 
택배업체들은 이같은 상황에 대해 택배업체 관련 제도 및 법률이 미비하기 때문이라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DHL,페덱스 같은 외국계 특송업체는 항공법을 적용받고, 우체국은 우편법을 적용받고 있다. 택배업체는 화물자동차 운송법을 따라야 한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불법운송의 여지가 있는 쿠팡 로켓배송으로 인해 낮은 수익에도 법을 지키며, 선량하게 일해온 택배업계가 피해를 입고 있다"며 "택배산업을 신성장 서비스 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정부지원의 성격과 범위를 명확히 할 수 있는 업종신설과 관련법 제정 등 제도적 기반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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