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기자] 금융당국이 자본시장의 불합리한 관행에 대한 개선에 착수한다. 이를 위해 IPO 수요예측 제도를 개편하고 투자성향 부적합 상품판매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 또한 건전한 리서치문화의 정착을 위해 금융당국이 상장사와 증권사 간 중재역할도 담당한다는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은 3일 ‘자본시장의 불합리한 관행 개선 및 신뢰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민병현 금감원 부원장보는 “그동안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는 자본시장 및 금융투자업의 공정성과 신뢰성 제고를 위해 노력했지만 일부 ‘잘못된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한 영업행태로 시장과 산업의 신뢰를 잃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며 “국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고질적인 관행에서 비롯되는 불건전·위법행위를 근절하고 고객이익 우선 원칙이 뿌리내려야 한다”면서 이번 방안의 취지를 설명했다.
금감원을 이를 위해 ▲발행·청약제도 실효성 제고 ▲올바른 금융상품 판매절차 준수 ▲건전한 리서치 문화 정착 ▲고질적 위규행위 예방 ▲공정한 증권거래 질서 확립 등 5개 방안을 제시했다.
민병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3일 자본시장의 불합리한 관행 개선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사진/금융감독원
우선 금감원은 IPO 수요예측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민 부원장보는 “증거금 납부면제 제도를 악용한 일부 기관의 물량 과다신청 및 물량 단순합산 공시에 따른 착시효과 등으로 수요예측 신뢰도가 저하됐다”며 “실제 배정물량 중 기관의 보유확약 내용이 충실하게 공시되지 않아 상장 이후 잠재 출회 물량 파악이 곤란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일부 기관들은 공모주를 우선 배정받기 위해 일정기간 의무보유를 조건으로 수요예측에 참가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수요예측 결과를 기관투자자 유형별(자산운용·연기금·증권사 등)로 구분해 공시해야 한다. 발행완료 단계에서 의무보유 확약이 있는 경우에는 기간별 출회 가능물량을 충실히 하도록 제도가 변경된다.
또한 투자성향 부적합 상품 판매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된다. 일부 증권사들은 안정형 투자자에게 고위험 금융상품을 권유하면서 투자성향 부적합 확인서를 형식적으로 받고 판매했고 이 과정에서 불완전판매 소지가 많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고위험상품에 대한 권유 없이 고객이 스스로 선택해야 가입이 가능해진다.
민 부원장보는 “이번 방안을 통해 고위험 투자상품에 대한 판매 프로세스가 보다 명확해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고객의 투자성향에 부합하지 않는 상품의 부당 권유행위에 대해서는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자본시장법’ 등 제재근거 마련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료/금융감독원
금감원은 건전한 리서치 문화 정착을 위해 증권사와 상장사 간 중재역할을 담당할 방침이다.
올해 3월
교보증권(030610)의 애널리스트가
하나투어(039130)에 대한 부정적인 보고서를 작성하자 하나투어에서는 해당 애널리스트에게 기업정보 제공을 중지하는 것은 물론 회사탐방도 불허하겠다고 통보한 사건이 있었다. 이후 상장사가 증권사 애널리스트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논란이 제기되면서 금융투자업계에 파문이 확산된 바 있다.
이 같은 갈등을 개선하기 위해 금감원을 비롯해 금투협회(증권 및 운용사), 상장협회, 코스닥협회 등이 포함된 ‘4자간 정기협의체’가 구성된다. 아울러 4자간 합의로 현재 IR협의회의 ‘모범규준’과 애널리스트의 ‘윤리강령’을 기초로 새로운 ‘(통합)윤리규정’ 제정도 추진할 방침이다.
민 부원장보는 “금감원이 협의체에 직접 참여하면서 증권사와 상장사 양쪽 입장을 듣고 갈등을 조정하겠다 데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 외에도 금감원은 비대면채널 펀드판매 체계 개선, 직무정보 이용행위 근절, 크라우드펀딩 관련 불법행위 감시 등도 추진한다.
민 부원장보는 “잘못된 영업관행에 편승해 부당이득을 취하는 회사 때문에 정도 경영하는 회사가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공정경쟁의 룰을 정립하겠다”며 “회사 또는 임직원이 영업실적에 매몰돼 투자자를 기망하거나 선량한 투자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투자자 보호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