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평창동계올림픽 기반 시설인 원주~강릉 간 철도건설 사업 입찰 과정에서 담합 혐의를 받고 있는 건설업체 관계자가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지난 2013년 2월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한 원주~강릉 철도건설 4개 공구 입찰 과정에서 비정상적인 금액으로 투찰하는 방식으로 경쟁업체의 입찰을 방해한 후 사전에 계획한 대로 공구 1개씩을 낙찰받은 혐의다.
특히 이들은 신종수법을 써 법망을 피하려고 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건설과 한진중공업 소속 견적팀 임직원이 범행 수법을 계획하고, 현대건설은 KCC건설을, 한진중공업은 두산중공업을 끌어들여 4개사만 담합하고도 22개의 경쟁업체를 배제하는 수법이다.
검찰에 따르면 3개사는 경쟁업체가 낮게 투찰하는 공종에서는 고가(81%~82%)로 투찰하는 이른바 '공종들기' 수법으로 경쟁업체가 지나치게 저가로 투찰한 것으로 평가받게 해 2단계 심사에서 기준점수(80점) 미달로 탈락시켰다.
반면 경쟁업체가 정상금액으로 투찰하는 공종에서는 초저가(59%~60%)로 투찰하는 '공종낮추기' 수법으로 1개사가 경쟁업체보다 저가로 투찰해 낙찰받을 수 있는 여건을 조성했다.
입찰 전날 시뮬레이션을 돌려 성공을 확신한 이들은 최저가를 투찰할 때 제출하는 사유서를 미리 확인하는 등 담합에서 이탈하는 것을 방지하기도 했다.
이들은 담합이 적발되더라도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동계올림픽 개최 일정상 재입찰 절차를 진행하지 못하고, 그대로 낙찰자를 결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판단 아래 담합을 감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입찰 당일 한국철도시설공단과 경쟁업체에서 담합 의혹을 제기하자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고위급이 항의 방문하고, 담합 사실을 부인하는 방법으로 최종 낙찰을 받아냈다.
범행 직후에는 서로 연락해 담합의 소통 창구로 사용한 네이트온에서 탈퇴한 후 프로그램 삭제, 문자 삭제, 하드디스크 교체 등 증거를 인멸한 정황도 나타났다.
해당 건설사는 입찰 담합을 한 이들에게 공사 수주 대가로 연말 '최우수직원' 선정을 비롯해 승진·승급 또는 포상 등 인사상·경제상 혜택을 준 것도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종전 담합은 입찰 참가자 전체가 가담하는 방식이지만, 이번 사건은 4개사가 정교한 새로운 수법을 통해 22개 경쟁업체를 적극적으로 배제한 사안으로서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담합 사건은 국민의 안전과 국가의 재정에 영향을 미치는 큰 범죄임에도 벌금형에 그치는 등 온정적 측면이 있었다"며 "앞으로 주도자에 대해서는 지위를 막론하고 구속 수사를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철도시설공단은 2013년 7월 이번 사건과 같은 방식의 담합을 방지하기 위해 관련 심사 기준을 더 엄격하게 개정했으며, 올해부터는 최저가낙찰제를 폐지하고 종합심사낙찰제로 제도를 변경했다.
서울중앙지검.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