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내홍 장기화 조짐…김희옥 비대위 권위 추락 '자충수'

입력 : 2016-06-21 오후 3:15:42
[뉴스토마토 최용민기자] 새누리당이 21일에도 권성동 사무총장 사퇴를 둘러싸고 내홍을 이어갔다. 권 총장은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는 등 사무총장직을 계속 수행했다. 친박계는 경질 발표로 임기가 이미 끝났다며 김희옥 비대위원장의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당무보고를 드리겠다”며 “오는 8월9일 예정된 전당대회는 당이 새롭게 태어나야 할 혁신의 장이 되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바일 투표 도입은 물론 전국 시군구 어디서나 투표가 가능한 통합명부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투표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당 사무총장 자격으로 당무보고를 하는 동안 정진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참석자 누구도 발언을 제지하지는 않았다. 권 총장은 전날 저녁에도 성명서를 내고 비대위원장이 사무총장을 해임할 권한은 없다며 물러나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권 총장은 국회 본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친박계가 배후설을 주장하는 것과 관련해 “특정 계파에서 내 거취와 관련해 자기들 입맛에 맞는 주장을 하는 것은 논리가 있거나 설득력이 있는 주장이 아니라서 답변할 가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사퇴 문제에 대해 “사무총장 생각에 달렸다”며 즉답을 피했다.
 
친박계도 권 총장 사퇴 요구를 철회할 뜻이 없음을 강조했다. 당장 사퇴를 압박하지는 않겠지만 임기는 이미 끝났다는 입장을 보였다. 친박계 김태흠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본인 스스로 거취를 정하는 시간을 주는 게 좋겠다”면서도 “비대위원장이 경질을 발표하는 순간 이미 사무총장직은 끝난 것으로 봐야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해임도 비대위 의결을 거쳐야 된다는 권 총장의 논리에 김 의원은 “억지다. 관례상 그런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조원진 의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원장이 (교체를) 말씀하셨는데 사무총장이 저렇게 버틴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친박계 이우현 의원도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훌륭한 분(김 위원장)을 모시고 와서 그냥 로봇으로 만들어버리면 안 되지 않느냐”며 “그분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는 것이 초·재선 의원들의 거의 똑같은 목소리”라고 주장했다.
 
양측이 이처럼 팽팽히 맞서면서 권 총장 사퇴를 둘러싼 내홍은 길게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 위원장 뿐만 아니라 권 총장도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기 때문이다. 비대위 의결이라는 절차가 변수이긴 하지만 현재 상황으로 비대위 의결을 거칠 가능성은 낮다.
 
권 총장이 끝까지 사퇴를 거부할 경우 김 위원장의 권위는 크게 손상될 수밖에 없다. 전당대회를 준비해야 하는 비대위가 힘을 받기 힘들게 된다. 그렇다고 권 총장이 이대로 물러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친박계와 비박계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자충수를 둔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권성동 새누리당 사무총장(오른쪽)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뉴스1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최용민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