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화투자증권(003530)은 ‘바람 잘 날이 없다’는 비유가 적절할 정도로 우여곡절이 많았다. 주진형 전 대표는 잇따라 개혁 방안을 제시하면서 강력한 드라이브를 추진하려고 했고, 이를 반대하는 임직원들과의 갈등이 고조됐기 때문이다.
한창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던 상황에서 주 전 대표는 부정적인 내용이 담긴 보고서 발행을 승인했고, 그룹에서 그를 압박하는 일도 발생했다. 급기야 그룹에서는 그에게 ‘연임불가’ 통보를 하기에 이르렀다.
이후에도 내부갈등이 고조되면서 일부 임직원들이 집단으로 항명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당시에는 증권가 이슈의 중심에 한화투자증권이 있었고, 내부 구성원들은 개혁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했다.
결국 주 전 대표가 정치권으로 옮기고 여승주 현 대표가 2월말 취임하면서 한화투자증권은 논란의 중심에서 벗어났다.
다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진한 실적을 개선해야 한다는 중요한 과제가 남아있다. 지난해 증권사들의 실적을 보면 상반기 증시 호황이 반영되면서 대부분 영업이익을 거뒀다. 일부 증권사는 창립 이후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화투자증권은 대규모 적자가 이어지면서 체면이 구겨졌다. 올해 2분기 실적도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파다하다. 타 증권사의 실적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확정했다. 주 전 대표 시절 급감했던 리서치센터 인력도 보강되고 있고, 내부 분위기도 개선되고 있다고 한다. 여 대표가 자사주를 취득하고 이번 유상증자 추진으로 ‘매각설’ 이슈는 다소 잠잠해졌다.
전반적으로 조금씩 회복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지만 그렇다고 상황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실적악화의 주 요인이었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의 경우 최소 올해까지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내년에도 여파가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올해는 대규모 인수합병을 통해 대형 증권사 위주로 업계가 재편되고 있고, 중소형 증권사들도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 등 생존을 위한 차별화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는 IB 분야 등에 투자한다고 하는데, IB 분야는 이미 대형 증권사들도 추진하고 있는 전략이다. 어쨌든 이번 유상증자는 한화투자증권의 향후 미래를 위한 승부수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도 올해 하반기 증권 이슈 중에 하나일 것이다.
김재홍 증권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