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무표정한 자폐증, 감정 없는 아이일까?

입력 : 2016-07-25 오후 1:39:45
자폐 아동들을 대할 때 가장 많은 오해중에 하나가 아이들이 감정이 없는 사람들이라 여기는 것이다.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들 대부분은 얼굴에 표정을 표현하지 않는 무표정상태를 유지한다. 게다가 눈맞춤도 되지 않으니 아이가 마치 로봇과도 같은 차가운 표정인지라 맘까지도 차가운 상태일 것이라 지레 짐작한다. 감정도 반응도 없는 아이라 여기는 주변사람들은 아이를 상대로 교류를 시도하지 않게 된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교류를 시도해보지만 아이의 무표정 앞에 좌절하게 되어 포기하게 되거나 때로는 아이의 성격을 쿨한 것으로 판단하고 감정 교류 자체를 시도하지 않고 인지교육만으로 아이를 몰아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결과는 자폐스펙트럼장애가 더욱 심화 고착되는 상황을 만들게 된다. 교류를 포기하는 부모들의 맘도 안타까운 일이지만 오해속에 고립되는 아이들의 정황은 더욱 안타깝다. 자폐증 아동들도 감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감정은 순수한 정도로 풍부한 상태다. 다만 그 감정을 체계 있게 꺼내서 전달하지 못할 뿐이다.
 
즉 자폐증은 감정 정서가 메마른 장애가 아니라 감정과 정서를 전달하고 전달받는 교류능력의 장애인 것이다. 자폐증 아이들이 감정이 풍부한 상태에 있다는 증거는 여러 가지가 있다. 중증 장애 상태였다가 워드프로세스를 통하여 의사소통에 성공한 칼리의 이야기를 인용해보자.
 
워드프로세서를 통하여 칼리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한다. “사랑하는 아빠. 저는 아빠가 책을 읽어주실 때 정말 좋아요. 저를 믿어주시는 것도 정말 좋아요. 제가 키우기 쉽지 않은 아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아빠는 언제나 제 곁에서 손을 잡아 일으켜 주시죠. 사랑해요.”
 
칼리는 말이나 표정으로 아빠가 좋다는 표현을 하지 못하고 워드프로세서의 타자로 자신의 감정을 전달 한 것이다. 이를 두고 아빠는 매우 후회하며 다음과 같이 말을 한다. “그동안 아이가 없는 취급을 하고 아무 말이나 다한 것이 후회된다.”
 
칼리의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이 자폐아동들도 감정이 없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맘을 전달하지 못 할 뿐이다. 아이가 반응을 안 한다고 없는 취급을 하고 아이가 상처받는 말이나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아이가 표현은 못하지만 부모의 말을 다 듣고 있고 부모의 맘도 다 헤아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그러므로 자폐아동을 키우는 부모라면 항시 말과 표정을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아이가 감정표현에 반응을 하지 않더라도 포기하거나 간과하지 말고 감정이 풍부한 상태로 아이에게 끝없이 끝없이 말을 걸어야 한다.
 
 
◇ 아이토마토 김문주 원장

- 연세대학교 생명공학 졸업
- 가천대학교 한의학과 졸업
- (전) 한의사협회 보험약무이사
- (전) 한의사협회 보험위원
- (현) 한의학 발전을 위한 열린포럼 운영위원
- (현)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부원장
- (전) 자연인 한의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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