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 "글로벌 저성장, 유럽 필두로 돌파구 열어라"

러시아·슬로바키아·체코 현지공장 방문…특유의 '현장경영' 나서

입력 : 2016-08-02 오후 4:58:48
[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최근 브렉시트 영향 등으로 시장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유럽지역을 직접 찾아 해법 모색에 나섰다. 정 회장은 유럽시장 주요 전환기마다 현지를 찾아 분위기를 몸서 체험하며 대응책을 강구해왔다.
 
2일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이 러시아, 슬로바키아, 체코에 위치한 현대·기아차 생산공장을 둘러보고 유럽지역 판매 현황과 시장상황을 점검한다고 밝혔다.
 
정 회장의 유럽행은 세계 자동차 시장이 저성장 기조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유럽 자동차시장의 전략적 중요도가 한층 상승했기 때문이다.
 
또 브렉시트 결정 이후 향후 예상되는 EU와 영국 간 교역조건 악화 등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는 유럽 자동차 시장에 대한 정밀한 진단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최근 브렉시트 영향 등으로 시장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유럽을 직접 찾아 해법 모색에 나선다. 사진/현대차그룹
유럽 자동차 산업수요는 올 상반기 9.1%의 성장률을 나타내며 중국과 함께 글로벌 자동차 시장 성장을 견인했지만, 하반기 브렉시트 결정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등의 영향으로 0.7% 성장률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는 등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유럽 자동차시장은 지난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장을 기록했다. 글로벌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유럽시장은 지난해 1598만대 판매를 기록하며 전년보다 9.5%나 증가했다. 중국(8.2%), 인도(8.5%)보다 높은 수치다.
 
하지만 올해는 성장이 다소 둔화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전년 대비 5%대 증가한 약 1679만대가 판매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독일 등 주요국들이 금융위기 이전 수준의 수요를 회복했고 금융불안, 실업률 증가 등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시아, 중동, 브라질, 러시아의 수요 감소세가 심화되고 미국 성장도 둔화된 가운데 중국, 유럽 자동차 시장은 인도와 함께 올해 가장 중요한 격전지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또 지난 2008년 유럽 위기 와중에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회복한 유럽 메이커들과 다른 시장에서의 부진을 유럽에서 만회하려는 글로벌 메이커들의 공세로 메이커간 경쟁도 격화되고 있다.
 
정 회장은 먼저 현대·기아차 유럽법인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올해 상반기 유럽 자동차시장 성장률을 상회하며 선전하고 있는 있는 현지 임직원들을 치하하고 격려한다.
 
올 상반기 현대·기아차는 유럽에서 49만1천여대를 판매, 12.3% 성장하며 전체 시장 성장률 9.1% 보다 3.2% 포인트 높은 성장률을 나타냈다. 올해도 유럽에서 89만1천대를 판매해 사상 최대 판매 기록을 경신한다는 계획이다.
 
정 회장은 3일(현지시간)부터 러시아공장에 이어 유럽 전략 차종을 생산하고 있는 기아차(000270) 슬로바키아공장, 현대차(005380) 체코공장을 차례로 방문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새로 투입된 투싼, 스포티지 등 신차들의 양산품질 확보를 강조한다.
 
슬로바키아공장은 지난해 11월부터 신형 스포티지의 양산을 시작했으며, 선제적 예방 품질 활동 강화를 통해 생산 품질을 안정화하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신형 투싼 양산을 개시한 체코공장도 유럽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시간당 생산대수를 늘리는 등 생산성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두 공장은 시장 밀착 모니터링을 바탕으로 유연한 생산 운영을 통해 올해 유럽 최대 생산(체코 35만대, 슬로박 33만5000대. 총 68만5000대)을 추진한다.
 
정 회장은 유럽 시장 대응책은 주요 전환기마다 쏟아졌다. 지난 2012년 6월 유럽 재정위기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법인장 회의를 한달 앞당겨 시행하고, 양사 경영진을 유럽으로 급파했다.
 
이듬해에는 6년째 유럽 시장 수요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을 당시 유럽 시장 회복을 대비한 준비체계를 갖추라고 주문했고, 지난 2014년 상반기 회복이 가시화되자 "회복기에는 경쟁이 격화되기 때문에 전열을 재정비하라"고 당부했다.
 
유럽 자동차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6년 연속 판매가 감소하며 지난 2007년 1600만대에 달했던 승용차시장이 2013년 1230만대로 23%나 축소됐다. 이후 2014년부터 소폭 상승하기 시작, 지난해에는 1420만대를 기록하며 전년(1300만대) 대비 9.2% 증가했다.
 
현대·기아차는 해당 기간 판매·마케팅 시스템을 강화함으로써 2007년 56만대에서 지난해 85만5000대로 판매를 끌어올렸다. 3%대의 시장점유율도 6%까지 확대했다. 올 상반기 역시 49만1171대를 기록하며 전년동기(43만7378대) 대비 12.3% 판매가 증가했다.
 
한편,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글로벌 4위 친환경 메이커로 성장한 저력을 바탕으로 아이오닉, 니로, K5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성공적 런칭을 통해 '친환경 3대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유럽에서 본격 승부를 겨루기 위한 토대를 다질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하반기 유럽 시장 불확실성 확대를 극복하기 위해 ▲핵심 차종 판매 극대화 ▲상품경쟁력 강화 ▲브랜드 마케팅 강화 ▲딜러망 경쟁력 향상 등을 적극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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