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수야~! 준수야~! 목청이 떠나가게 소리를 쳐도 아이는 쳐다 보질 않는다. 소리치기 보다는 특정한 톤이나 리듬으로 준~수~~야!! 하고 부르면 그제서야 슬쩍 한번 돌아보는 정도다. 이름을 불러도 돌아보지 않는 증세를 두고 호명반응이 없다고 하는데 중증 자폐증의 전형적인 증세다.
호명반응이 없을 뿐 아니라 도무지 사람들이 하는 대화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엄마가 뭐라 이야기해도 아이는 허공만 쳐다보거나 자기관심에만 집중된 상태를 보이곤 한다. 이를 두고 부모들은 처음에는 청력이상을 의심하여 검사를 하고는 한다. 그러나 검사상 청각기능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
청력에도 이상이 없는데 자폐증 아이들은 왜 사람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일까? 말을 일부러 안 듣는 것일까? 아니면 못 듣는 것일까? 결론적으로 답을 하면 사람 말이 들리기는 하지만 그 소리에 집중할 수는 없는 상태인 것이다.
사람의 청각이 들을 수 있는 가청 주파수 대역은 매우 넓어 20~20,000Hz까지 가능하다. 아주 저 주파수부터 상당한 고주파수까지도 청각은 인지 할 수 있다. 반면 사람의 육성이 내는 음역대는 125~1500Hz다. 사람의 청각을 통해 들어온 소리도 정보가치가 있는 것을 중심으로 인식하고 정보가치가 적은 것은 소음으로 처리하게 되어있다. 그러므로 일반인들은 여러 소리가 혼재해 있어도 사람의 음성에 민감성을 보이고 집중력을 발휘 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자폐증 아동들은 여러 소리 중 사람의 소리에 정보가치의 가중치를 부여하지 못한다. 즉 주변에 들리는 백색소음이나 사람소리나 같은 수준의 소리로 들린다는 것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들을 필요가 없는 엄청난 소음과 잡음까지 한꺼번에 청각으로 몰려드는 상태인 것이다, 이로 인해 사람소리가 소음과 분별되기 힘든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는 청각의 문제가 아니라 청각정보를 처리하는 중추신경계의 처리과정의 문제인 것이다.
호명반응이 없는 아이는 엄마의 소리에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라 엄마의 소리에 집중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태다. 더 큰 문제점은 이로 인해 그들의 사회적 고립이 더욱 심화된다는 것이다. 자폐증 아이들의 고립을 최소화 하자면 부모들은 아이들과의 대화를 결코 포기해서는 안된다. 가급적 시각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눈을 맞추고 아이가 좋아하는 소리톤과 리듬을 살리어 의도적으로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자폐아동들에게는 일반아동과 다른 대화법이 필요하다.
◇ 김문주 아이토마토한방병원 대표원장
- 연세대학교 생명공학 졸업
- 가천대학교 한의학과 졸업
- (전) 한의사협회 보험약무이사
- (전) 한의사협회 보험위원
- (현) 한의학 발전을 위한 열린포럼 운영위원
- (현)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부원장
- (전) 자연인 한의원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