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토마토 김지영기자]정부가 17일 임금체계 개편 가이드북을 발표한 데 대해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다. 개편 방향을 논의하기에 앞서 개편 여부에 대한 노사 간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이유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우리나라 임금체계의 문제점, 선진국의 임금체계, 임금체계 개편 절차·방식 및 법적 쟁점, 임금체계 개편 사례를 소개한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가이드북’을 내놨다. 고용부는 호봉제 위주의 임금체계가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를 확대시킨다고 지적했다.
대안으로는 직무의 상대적 가치에 따라 임금을 정하는 직무급, 직무능력에 따라 임금을 정하는 직능급, 직군별 역할에 따라 임금을 정하는 역할급, 연봉 구성항목을 기본연봉과 성과연봉으로 재편하는 성과연봉제 등을 제시했다.
고용부는 1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올해 임금단체협상에서 임금체계 개편 논의가 진행되도록 지원하고, 성공사례 발표대회 등 임금체계 개편 분위기를 확산할 계획이다. 또 임금체계 개편에 대한 수요 증가를 감안해 노사발전재단을 통한 컨설팅 물량 확대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임금체계 개편 여부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객관적인 성과평가 시스템도 부재한 상황에서 정부가 개편 방향·방식에 대한 논의를 강요하고 있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노동계는 이번 가이드북을 노사 자율성에 대한 통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송주형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정부는 9·15 노사정 합의와 고령자고용촉진법을 내세우지만 어떻게 임금체계를 개편할지에 대해서는 합의된 적이 없다”며 “순서가 잘못됐다. 개편 여부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고 방식에 대한 논의가 진행돼야 하는데, 정부는 직무·성과 중심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한다는 것을 전제로 지침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한국노총 공공노련 관계자는 “임금체계 개편에는 노사 간 합의가 필요하고, 그 다음엔 인사평가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며 “공공부문에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행했던 것처럼 정부가 일방적으로 지침을 내려 추진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총파업·총력투쟁 수도권 결의대회 참석자들이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