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기자] 더불어민주당의 강령 개정을 둘러싼 논란이 17일 일단락됐다.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는 당 강령 개정안에 ‘노동자’ 표현을 삭제하지 않기로 했다. 더민주는 농어민, 소상공인, 중산층이라는 단어를 새로 포함시켰다.
이재경 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브리핑을 통해 “강령·정강정책 전문의 ‘노동자와 시민의 권리향상을 위한 노력을 존중한다’의 구절에 대한 당 강령·정책분과위원회 의견 수렴 과정에서 당내에 일부 논란이 있었다”며 “비대위는 ‘노동자, 농어민, 소상공인 등 서민과 중산층의 권리 향상을 위해 노력한다’로 수정·보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강령·정책분과위원회가 강령 전문의 ‘노동자와 시민의 권리 향상을 위한 노력을 존중한다’는 문구에서 ‘노동자’라는 단어를 삭제한 ‘시민의 권리 향상을 위한’으로 바꾸려고 하자, 김상곤·이종걸·추미애 후보 등 당권주자들과 주류 측 일부 의원들이 “당 정체성 훼손”이라며 반발했다.
더민주는 또 추미애 후보가 문제를 제기했던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내용도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추 후보는 지난 15일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부분이 빠지는 것에 대해 “과도 체제인 비대위 체제에서 당의 뿌리와 정신, 혼과 얼을 건드리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비판한 바 있다. 당대표 예비경선에서 탈락한 송영길 후보도 지난 16일 성명을 통해 “60년 전통의 민주세력, 평화통일 세력으로서의 정체성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때 노선투쟁으로까지 번질 조짐을 보이던 이번 파동이 지도부 차원의 수습노력으로 조심스럽게 봉합되는 분위기다. 일단 당내에서는 ‘노동자’ 단어를 삭제하려 했던 강령 개정안 초안이 지도부에 정식으로 보고되지 않은데다 실무진에서 문구를 조정하다 벌어진 일이라고 설명하면서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이 대변인은 브리핑 이후 기자들과 만나 “(강령 개정은) 한 번도 당 지도부에 보고하거나 (지도부에서) 의논한 적이 없다”며 “정식으로 (비대위에) 보고된 것은 오늘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 논란이 된 부분을 강령분과위에서 논란을 반영, 수정해 원안을 그대로 가져왔고, 이를 비대위에서 수정·보완해서 다시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도 “정체성 문제가 아닌 실무 차원에서 자구를 수정하다 생긴 문제다. 전문의 단어와 문장들이 어색하다보니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 자구를 다시 수정하면 된다”며 “일종의 해프닝”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문제에 대해서도 “개별정책 내용을 헌법 전문같은 강령에 다 넣지는 않는다”며 “정체성 논쟁을 할 필요는 없는 사안”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이번 강령 개정 파동으로 표면화된 당내 노선갈등의 기류가 쉽사리 수그러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종인 비대위 대표는 17일 강령 개정에 대한 당내 반발에 다소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기도 했다. 김 대표는 “당이라는 게 과거에 집착해서는 미래로 갈 수가 없다. 그저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항상 그렇게 시빗거리를 만들어낸다”며 쓴소리를 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주자들 간의 경쟁으로 강령 개정 논란이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당장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대표 후보들 간의 경쟁 과정에서 후보 3명 모두 이 문제를 거론하면서 (논란이) 커진 것 같다”며 “간혹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상관없는 문제가 쟁점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를 마친 뒤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