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최고가 배경에 지배구조 재편 기대감

난제들 첩첩산중…삼성생명 중간금융지주사 전환도 실타래

입력 : 2016-08-24 오후 5:07:45
 
[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삼성전자(005930) 주가가 연일 강세다. 갤럭시의 부활로 인한 실적 요인 외에 지배구조 재편 기대감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최종적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가기 위해서는 순환출자 해소 등과 함께 중간금융지주회사법 통과 등 대내외적 변수가 많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18일 역사적 최고점을 갱신하며 160만원 시대를 열었다. 23일에는 168만7000원의 사상 최고가를 찍었다. 24일은 전날보다 2.02% 하락해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삼성전자의 주가 강세는 5년 넘게 박스권에 갇혀있는 박스피(박스권+코스피)를 돌파할 촉매로서도 관심을 모은다.
 
미국의 금리인상 지연 기대감, 국제신용평가사의 한국 신용등급 상향 등으로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 행렬이 이어지며 국내 증시에 훈풍이 불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에 매수가 집중되는 흐름이다.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이 크게 둔화됐으나 갤럭시는 예전 명성을 되찾았다. 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가 애플 아이폰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채택되며 장기적 전망이 밝은 점도 주가에 긍정적이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화에 대한 기대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8일 삼성생명이 삼성증권 지분 8.02%를 취득한 이후 그룹 전반의 주가 상승이 두드러졌다. 앞서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가능성이 대두되며 지배구조 핵심에 있는 삼성물산과 삼성전자의 주가가 동반 상승했던 바 있다. 더욱이 여소야대의 20대 국회 들어 다수의 경제민주화법안 발의로 지배구조 개편을 서두를 가능성이 제기되던 터였다. 
 
한정수 대신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과 그룹 지배구조 시나리오’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 최고가 기록에는 실적개선 이외에도 향후 그룹 지배구조 관점에서의 기대감이 일부 반영됐던 것으로 파악된다”며 “지배구조 이슈가 부각됐던 지난 18~19일 중 삼성그룹 상장기업 15개사의 평균 주가상승률은 1.57%를 기록했는데 특히 삼성전자의 주가상승률이 6.69%, 삼성물산 7.39%인 점을 고려하면 그룹 지배구조 관점에서 주가 연계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삼성물산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삼성전자 주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삼성물산이 삼성생명의 법인 최대주주(지분 19.34%)이므로 삼성생명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변수는 삼성물산을 비롯한 삼성전자 주가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먼저 삼성생명이 중간금융지주사가 되기 위해서는 여러 걸림돌이 남아 있다. 순환출자 해소를 비롯해 ▲삼성생명의 계열사 지분투자 한도 문제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7.55%)의 일부 매각 방안 ▲금융지주사법의 국회 통과 여부 등이다. 관련 법상 금융지주회사는 상장 자회사 지분 30%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 삼성생명이 삼성증권, 삼성화재의 자사주를 매입할 경우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경우 기존 순환출자가 강화되는 문제가 생겨 삼성물산 지분 1.3%를 처분해야 한다. 삼성생명이 양사 자사주를 취득하는 데 2조3000억여원의 자금이 필요한 점도 부담이다. 
 
보험업법상 계열사에 대한 지분투자 한도가 보험사 자산총액의 3%로 제한돼 있어 삼성생명의 투자한도는 5조7608억원이다. 최근까지 계열사 지분취득액은 5조2228억원으로 집계됐다. 따라서 삼성생명의 지분투자 여력은 5000억원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즉, 삼성증권과 삼성화재 자사주 취득 비용인 약 2조3000억원은 지분투자 여력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계획 차질이 불가피하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호텔신라, 에스원, 삼성중공업 등 삼성생명이 보유 중인 비금융계열사 지분 매각을 통해 자사주 취득 여력을 확보할 수도 있다. 금산법에 의하면 삼성생명이 중간금융지주사로 전환 시 비금융계열사의 지분율을 5% 이하로 두고 1대 주주에서 내려와야 한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최대주주에서 내려오려면 가진 지분(7.55%)을 삼성물산 보유지분(4.18%)보다 낮춰야 한다. 이 경우 3.37% 이상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이 필요하다. 매각금액은 약 8조원으로 추정돼 인수부담이 큰 만큼, 삼성전자를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한 뒤 투자부문의 가치가 축소되면 삼성물산이 매입하는 방안이 현재로선 유력하다.
 
무엇보다 일반지주사가 금융계열사를 보유할 수 있는 공정거래법 개정이 전제돼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일부 정치권에서 법률 개정 논의가 있지만, 금산분리 원칙과 대규모 기업집단의 지배주주에 대한 특혜 시비 때문에 국회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 야당이 경제민주화를 고수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한편, 삼성은 삼성SDS의 분할, 삼성중공업의 유상증자,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등 지배구조 재편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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