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이사장 “공단병원, 재활인프라 최고 수준…일반 환자도 늘어”

영세 사업장 퇴직연금 사업…“올해 가입률 15%까지 늘어”
“근로복지공단 발전하려면 재해조사 역량 강화해야”

입력 : 2016-08-30 오전 10:54:22
[뉴스토마토 김지영기자]이재갑 이사장이 취임하고 3년간 근로복지공단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만년 적자에 시달리던 공단병원은 흑자세로 돌아섰고, 직원들의 재해조사 역량도 대폭 강화됐다. 또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적용 범위가 확대되면서 산재보험의 사각지대도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료,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으로서 30여년간 공직에 몸담았던 이 이사장은 이제 곧 민간인 신분으로 돌아간다. 고용노동부에서 주요 국·실장, 차관을 지내면서 쌓았던 모든 전문성을 지난 3년 근로복지공단에 쏟아부었다.
 
이사장으로 재직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 이사장은 직장어린이집지원센터 설립을 꼽았다. 큰 사업은 아니지만 앞으로 직장어린이집이 확대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 이사장은 의미를 부여했다.
 
이재갑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이 지난 29일 공단 서울남부지사에서 진행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근로복지공단
 
이하 일문일답.
 
-산업재해보상보험 가입 대상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많다.
 
본래 산재보험은 임금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사회보험이다. 임금근로자의 경우 사업주의 가입신고 여부에 관계없이 산재법의 보호를 받는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사각지대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다. 현재는 한 사업장에서 주로 종사하면서 소득을 얻어 생활하는 분들, 달리 말하면 특정 사업장에 경제적 종속성이 인정되는 분들을 산재법상 특례로 보호하고 있다. 작년까지 6개 직종으로 제한했다가 올해 3개 직종을 추가했다. 앞으로는 해지 사유를 제한해 실가입률을 높이고 더 많은 특수고용형태종사자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그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 과제다.
 
-업무상 질병에 대한 산재 승인율이 낮은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우리나라의 산재보험은 보호 영역이 넓다. 다만 질병은 잠복기가 길다. 질병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업무를 한 시점과 질병을 발견한 시점의 차이가 크면 관련성을 확인하기 어렵다. 가장 중요한 건 처음 산재 신청이 들어왔을 때 최대한 재해조사를 정확하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재해조사 전문성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 현재 공단의 각 지사에는 업무상질병 전문요원이 지정돼 있다. 또 공단 자체로 재조사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이 밖에 단독조사가 어려울 때에는 산업안전보건연구원 등 전문역학조사기관에 의뢰하고 있다.
 
-반면 부정수급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브로커 등이 개입된 형태로 확대되고 있다.
 
부정수급 적발 건수는 2011년 175건(255억원)에서 지난해 222건(421억원)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다만 부정행위가 늘었다기보다는 적발이 강화됐다고 보는 게 맞다. 공단 내에 보험조사부를 운영하고 있다. 부정행위 조사 경험이 있는 전직 경찰과 보험회사 조사담당자, 공단 직원들로 구성돼 있다. 또 장해등급 판정 방식을 지역별 체계에서 권역별 통합심사체계로 개편하고, 신고포상금 수준을 상향하는 등 업무 프로세스를 많이 바꿨다. 또 검·경과 정보교류도 활발하다.
 
-정확한 조사만큼 홍보도 중요한 문제다. 여전히 산재에 대해 제대로 모르는 노동자가 많다.
 
올해 강화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산재환자에 대한 안내다. 산재 정보에 어두운 상태에서 병원에 가면 브로커가 접근하기 쉽다. 그 전에 직원이 환자에게 찾아가 산재보험에 대해 정확히 안내하자는 것이다. 비슷한 취지에서 우리 공단은 성과평가지표 중 하나로 사고 발생 후 얼마나 신속하게 산재를 신청했는지를 두고 있다. 과거에는 앉아서 신청을 받은 건만 처리했는데, 이제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적극적으로 산재를 신청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최근 들어 만년 적자에 시달리던 공단 병원들의 경영이 정상화했다. 비결이 무엇인지.
 
경영상황이 좋아진 건 환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또 환자가 늘어난 건 병원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동기를 얻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과거에는 병원에 투자가 거의 없었다. 장비·시설이 노후화하면서 직원들도 동기를 상실했고, 이런 상황이 악순환됐다. 그래서 현 정부 들어서 시설투자를 크게 늘렸다. 병원 현대화를 위한 리모델링도 추진했다. 또 산재병원이라는 이름에 노후화 이미지가 강해 명칭도 근로복지공단병원으로 바꿨다. 그 과정에서 직원들도 동기를 되찾고, 산재환자는 물론 일반환자도 늘었다. 12년 전부터 해왔던 재활 분야 투자도 이제야 빛을 보는 것 같다. 현재 재활병원으로서 공단병원의 인프라는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한다.
 
-그런데 일반환자가 늘면 산재환자에 대한 진료가 부실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전혀 아니다. 산재환자의 공단병원 이용률을 평가지표로 두고 있고, 실제로도 일반환자보다 산재환자 이용률이 더 많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공단 직영병원은 산재환자에 특화돼 있다. 일반병원에서는 재활의학과가 보조적 역할을 수행하고 입원기간도 짧은데, 공단병원에서는 재활을 보조가 아닌 직업복귀를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삼고 있다. 재활이 주 목적인 셈이다. 또 산재 신청부터 재활치료, 직업재활까지 산재보험 관련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지원하고 있다.
 
-공단에서 최근 퇴직연금 사업도 시작했다. 퇴직연금 확대가 어떤 면에서 중요한지.
 
퇴직연금제도의 목적은 퇴직급여를 일시급으로 받아써버려 노후자금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을 개선하는 것이다. 문제는 연금상품을 금융기관에서 취급하는데 규모가 큰 사업장에는 유치에 적극적이지만, 영세사업장에는 그렇지 않다. 홍보부터 가입까지 행정적 절차에 들어가는 비용을 따질 때 가입자 5~10명을 받아봐야 큰 메리트가 없기 때문이다. 2012년 30인 이하 사업장에도 퇴직연금 사업을 시작했는데 당시 가입률이 10%도 안 됐다. 영세사업장 근로자 등 취약계층의 노후소득이 보장되지 않으면 이는 또 다른 양극화로 이어진다. 그래서 공단에서 행정적 절차를 대신하고 있다. 그 덕에 올해에는 가입률이 15% 수준까지 늘었다. 앞으로는 가입률을 높임과 동시에 수익률이 높은 더 좋은 금융상품도 많이 개발해야 한다.
 
-이제 임기가 1개월 정도 남았다. 그간의 소회를 듣고 싶다.
 
내가 취임했을 때 공단이 많이 어려웠다. 업무상 질병과 관련한 이슈가 불거지면서 공단에 대한 불신도 강했고 병원은 병원대로 재정적자가 심했다. 이제는 그런 문제들이 많이 정리된 것 같다. 그리고 내가 계속 강조했던 게 공단이 발전하려면 핵심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의 핵심 역량은 재해조사다. 그런데 일이 힘들고 민원도 많다 보니 그간 기피업무처럼 돼있었다. 그래서 인사상 가점, 인센티브 등 모든 우대조치를 재해조사 업무에 몰았다. 또 교육도 강화했다. 그 결과 핵심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기반이 구축된 것 같다.
 
-지난 3년간 스스로 가장 잘했다고 평가하는 일 또는 사업이 있는지.
 
가장 큰 성과는 병원의 경영여건 개선이다. 다른 측면에선 직장어린이집지원센터를 설립한 게 작지만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기존에는 고용센터에서 어린이집 설치를 지원했는데 그걸 공단이 담당하면서 어린이집 설치부터 운영까지 모두 지원하는 센터를 만들게 됐다. 이 과정에 고용노동부도 많은 도움을 줬다. 센터에서는 직장어린이집 보육모델과 매뉴얼을 개발해 보급하기도 한다. 이런 일들을 지속하면 우리나라의 직장어린이집도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
 
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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