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6개월, 기로에 선 ISA)가입금액 2.8조…초반 반짝 후 침체국면

당국 “안정적인 정착 중” 이라지만…계좌수 증가율 1%에도 못미쳐

입력 : 2016-09-22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재홍기자] 저금리 기조가 계속 이어지면서 재테크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는‘국민통장’, ‘만능통장’으로 불리면서 출시 전부터 기대를 한 껏 받았다. 그러나 시행 6개월을 맞은 현재, ISA의 존재감은 매우 희미해졌고, 침체를 넘어 위기를 맞고 있다는 의견마저 나오고 있다. <뉴스토마토>는 업계 및 전문가의 목소리를 통해 출시 6개월간의 실적과 문제점을 비롯해 향후 방향성에 대해 모색했다. (편집자) 
 
금융당국이 국민 재테크를 위한 ‘만능 통장’이라며 야심차게 추진했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초기 뜨거운 반응과는 달리 침체의 늪에 빠졌다. 가입자수와 가입금액 증가세가 정체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감소세로 전환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ISA를 두고 안정적으로 정착되고 있다고 발표했지만 업계에서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ISA는 올해 3월14일 저금리·고령화 시대에 국민재산의 안정적인 증식을 지원한다는 취지로 시행됐다. 기존에는 예금, 적금, 펀드, 파생결합증권 등을 각각 따로 관리해야 했지만 ISA는 다양한 금융상품을 하나의 계좌로 관리할 수 있어 시행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ISA는 수익 중 200만원까지는 비과세하며, 초과 수익에는 9.9%의 과세를 한다. 의무가입기간은 5년이다. 다만 서민형의 경우 비과세 한도는 250만원, 의무가입기간은 3년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3월 은행에도 투자일임업(ISA 한정)을 허용해 은행과 증권사가 대등하게 경쟁해 투자자의 상품 선택 폭을 확대하고 서비스 향상을 유도했다. 이후 당국은 ISA 비교공시 시스템을 구축해 투자자들이 본인에 적합한 금융사와 ISA를 직접 비교해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올해 5월 신탁형 수수료가 비교공시됐고, 6월말 일임형 수수료 및 수익률 공시가 시행됐다. 이달말 2차 수익률이 공시될 예정이다. 
 
7월에는 세제혜택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가입 금융사와 가입상품 변경이 가능한 계좌이전제도가 도입됐다. 수익률 공시를 넘어 계좌이동까지 허용해 투자자에게 금융사 및 상품 선택권을 부여했다. 
 
출시 6개월이 경과된 현재 총 가입계좌수는 240만계좌, 총 잔고는 2조842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은행은 가입계좌수 217만3000좌(90.4%), 잔고는 2조988억원(73.8%), 증권사는 가입계좌수 22만8000좌(9.5%), 잔고는 7410억원(26.1%)로 나타났다. 
 
출시 6개월 기준 재형저축 가입금액 1조1687억원(은행 재형적금 기준), 소장펀드 가입금액 1123억원보다 훨씬 큰 규모다. 이같은 실적에 금융당국은 “ISA가 실수요자 중심으로 정착되고 있다”고 자평을 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3월15일 ISA 계좌를 개설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그러나 업계를 중심으로 ‘ISA가 최근 침체국면에 빠졌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우선 가입금액과 계좌수 증가세가 정체양상을 보이고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ISA 출시 첫 주 가입금액은 3204억원에 달했다. 5주차에는 1조원을 넘어섰고 15주차에는 2조3320억원을 기록하는 등 급상승했다. 그러나 20주차에는 2만5989억원으로 11.45%, 26주차에는 2조8426억원으로 9.38% 증가에 그쳤다. 
 
계좌수도 1주차 66만좌에서 15주차에 231만좌까지 급등세를 보였다가 20주차에서 238만7000좌(3.29%), 26주차 240만3000좌(0.67%)를 기록했다. 현 추세라면 계좌수는 사실상 증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청한 증권사 관계자는 “은행이나 증권사 수익률을 살펴보면 3%를 넘는 상품이 드물다”면서  “ISA에 가입하면 계좌이동은 할 수 있지만 세제혜택을 위해서는 5년간 자금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고객 입장에 가입할 이유가 없고, 금융사에서도 권유할 명분이 마땅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ISA가 침체양상을 보이자 하반기 ISA 출시 계획을 밝혔던 증권사 중 일부에서 포기할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나왔다. 이에 대해 A 증권사 관계자는 “실제로 그런 의심을 받고 있다”면서도 “ISA 출시계획은 분명히 있으며, 내부 논의가 진행되면서 시점이 늦춰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전문가 의견이 엇갈렸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현재 세제혜택 확대 등의 방안이 거론되는데 재정경제부의 입장이나 내년 대통령 선거를 감안하면 이는 불가능에 가깝다”면서도 “다만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는 상황이 발행한다면 ISA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에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투자자들이 ISA에 대한 기대가 높다면 투자금액이 많아야 하는데, 현재 10만원을 초과하는 계좌는 21.2%에 불과하다”며 “실적채우기용 계좌가 아직도 50%가 넘는데, 금융사 실적평가가 마무리되면 이 계좌들은 해지되면서 전반적으로 감소추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금융위원회 자산운용과 관계자는 “세제혜택 확대노력, 차별화된 상품설계 유도 등을 통해 ISA가 국민재산 증식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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