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토마토 김지영기자]상당수 기업이 정부의 ‘공정인사 지침’을 근거로 ‘저성과자 일반해고제’ 도입을 검토·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침이 ‘해고 사유를 엄격히 제한하기 위한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과 관계없이 노동계는 공정인사 지침이 저성과자 퇴출제로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9일 ‘노동개혁 현장 실천 우수사업장 노사 대표 간담회’에서 현장 노동개혁 실천 우수사업장 중 하나로 IBK투자증권을 소개했다. IBK투자증권은 취업규칙에 일반해고 규정을 도입해 저성과자 성과 향상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구체적으로는 최대 30개월의 성과 향상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직원역량 강화 및 적극적인 퇴직 관리를 실시하고 있다.
전날에도 고용부는 ‘공정인사 평가모델 발표회‘를 개최해 능력중심인력운영 지원단이 발굴한 인력운영 개편 사례들을 발표했다. 이 중 동진생명연구원은 3년간 C등급자를 저성과자로 규정하고 퇴직관리 기준을 마련하는 내용의 인사제도를 마련 중이며, 동구기업은 업무부진자를 대상으로 교육훈련을 실시하고 3년 연속 D등급자에 대해 재취업 컨설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공정인사 지침이 사실상 ‘일반해고 지침’에 해당하고, 정부가 불법을 장려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노동계 관계자는 “판례는 ‘근로자 과반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근로기준법보다 불리한 조항을 무효로 본다. 따라서 일반해고 규정은 실질적으로 효력이 없다”며 “특히 정부는 무관하다고 해도 지침을 보면 자연스럽게 저성과자 해고로 연결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고용부 관계자는 “공정인사 지침은 사람을 자르라고 만든 것이 아니다.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저성과자에게 배치전환, 재교육 등 최대한 기회를 줘라, 그래서 되도록 해고를 피하자는 취지”라며 “이런 취지에 따라 교육 프로그램 등을 만들겠다고 밝힌 기업들을 소개한 것이지, 일반해고제 운영 기업들을 우수사례하고 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고용부는 28일 ‘평가모델 발표회’에서 공정인사 지침을 적용해 인력운영을 개편할 때 활용 가능한 평가모델 시안을 공개했다. 고용부는 다음달 중 최종 매뉴얼을 제작·배포해 중소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2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노동개혁 현장 실천 우수사업장 노사 대표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고용노동부 제공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