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기자]지난해 12월 고용노동부가 민간학회인 한국노동경제학회의 ‘기간제 근로에 대한 인식조사’ 자료를 대신 배포한 일이 있었다.
조사 결과의 요지는 기간제 노동자의 71.7%가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에 찬성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 의사를 묻는 질문에는 ‘2년 근무 후 기간제 근로자가 정규직으로 전환될 경우에는 계속 근무할 수 있지만,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는다면 계약이 종료되게 됩니다’라는 전제가 있었다. 이직수당 등 정규직 전환 촉진방안 추가 시 기간연장 의사를 묻는 질문에도 ‘기간제 근로자가 같은 직장에서 더 일하겠다고 한 기간이 끝난 경우, 사업주가 그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시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라는 설명이 달렸다. 설문은 문항만으로 조사 결과를 예상할 수 있을 만큼 편파적이었다.
이는 국회에서도 논란이 됐다. 자료가 배포되고 3일 뒤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은 인식조사에 고용부가 개입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조사를 주도했던 금재호 교수가 고용부 산하기관인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소속이면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공익위원이었기 때문이다. 또 조사를 공동 진행했다던 기술교육대학교와 노동경제학회는 설문에 동의한 적이 없다고 뒤늦게 밝혔다. 야권과 노동계는 금 교수가 고용부와 교감 하에 여론조사 의뢰기관 등의 명의를 도용해 조사를 실시하고, 고용부가 이를 활용해 여론전을 벌였다고 지적했다.
이후 금 교수는 각종 토론회에 참석해 기간제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파견법 개정, 최저임금제도 개편 등과 관련해서도 적극적으로 정부의 입장을 대변했다.
그러다가 지난달 28일 금 교수는 노동시장 개혁 및 일자리 정책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고용부로부터 옥조근정훈장을 수상했다. ‘금 교수는 노동개혁 찬성론자’라는 색안경을 벗어놓고 봐도, 금 교수가 ‘일자리 창출 유공 정부포상’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어떤 공적을 세웠는지 의문이다. ‘5등급 근정훈장 하나 준 것이 뭐 그리 대수냐’는 지적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이는 훈장의 등급으로만 볼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무엇을 ‘공적’으로 보느냐의 문제다. 다른 포장과 표창 수상자 명단을 봐도 같은 문제의식에 직면하게 된다. 지금의 정부는 고용노동 정책에 있어서 기간제법 개정 등 노동개혁, 양적 고용규모 확대만 선(善)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김지영 정경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