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공시논란 속 규정강화 목소리 높아

2거래일간 24% 급락…증시에 대한 불신 우려도

입력 : 2016-10-04 오후 4:58:07
[뉴스토마토 김재홍기자] 지연공시로 인한 투자자 피해가 발생하면서 한미약품(128940)이 논란의 한가운데에 섰다. 금융당국이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이를 계기로 공시제도 개선과 미공개정보 위반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4일 한미약품은 전거래일보다 3만7000원(7.28%) 하락한 47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9일 62만원이었던 주가는 최근 늑장공시 논란으로 24.03%나 떨어졌다. 
 
현재 가장 논란이 되는 쟁점은 한미약품의 악재성 공시 시점이 개장 전이 아니라 개장 후 29분이 지난 시점이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호재성 공시를 신뢰한 투자 피해자가 생겼기 때문이다. 만약 개정 전 공시했다면 이들은 매수를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한미약품이 지연공시를 하면서 미공개정보를 입수한 세력이 매도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줬다는 비판마저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공시규정이나 미공개정보 이용행위에 대한 규제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자칫 한미약품 및 제약, 바이오주를 넘어 주식시장 전반에 대한 신뢰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타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공시규정이 모호하기 때문에 기업들에서 이를 악용하는 경우가 있으며, 비슷한 사례들이 되풀이되고 있다”면서 “이번 사태로 인한 피해사례를 접수하고 있으며, 법적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미약품은 물론 제약 및 바이오 관련 종목, 나아가 지본시장 전반에 대한 불신이 초래됐다”고 지적했다.  
 
이혜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임상 중에 발생한 중대한 부작용이 이번 이슈 전에 전혀 공론화되지 않았다”면서 “17시간의 시차를 두고 대규모 호재와 악재가 공시돼 시장의 혼란을 준 점은 신뢰성 측면에서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요인”이라고 언급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실장도 “이번 사안에서 한미약품은 악재성 공시를 전날 저녁이나 최소한 당일 개장 전에 해야 했다”며 “아직 기업들이 개인 투자자 등 시장의 신뢰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관순 한미약품 사장이 2일 기자간담회에서 공시논란에 대한 답변을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지연공시 당일인 지난달 30일 대규모 공매도가 이뤄진 것도  주목된다.
 
이날 한미약품의 공매도 주식 규모는 10만4327주였다. 29일 7658주, 28일 2220주, 27일 4484주보다 훨씬 컸으며, 9월 1일부터 29일까지 20거래일 간 공매도 규모를 다 합친 11만6613주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30일 공매도 금액도 616억1779만원으로 나머지 20거래일 668억3333만원에 버금가는 규모였다. 
 
만약 악재성 공시내용을 미리 알아서 이날 공시 직전 주가 65만4000원 시점에서 공매도를 하고 이달 4일 종가 47만2000원에 다시 매수했다면 27.83%의 수익률을 거두게 된다. 
 
이에 대해 황세운 실장은 "이번 사안의 본질은 공매도가 아니라 미공개정보를 악용한 것”이라면서 “공매도를 없애기보다는 재발방지를 위해 벌금 상한액을 높이는 등의 방안을 모색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미약품은 지난달 29일 장 마감 후 미국 제넨텍에 1조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그리고 다음달 오전 9시29분 베링거인겔하임이 내성표적 항암신약 올부티닙의 권리를 한미약품에 반환한다는 악재성 내용을 공시했다. 
 
이로 인해 이날 상승이 예상됐던 한미약품은 5%의 상승세를 보이다 전일대비 18.06% 하락했다. 지연공시로 인한 투자자 피해 및 미공개정보 이용행위 논란이 커지면서 금융당국은 최근 한미약품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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