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외자'…삼성·CJ 특혜 논란

삼성, 외국인 지분요건 10% 맹점 악용…CJ는 선결재 후충족

입력 : 2016-10-19 오후 4:21:50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월20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관광문화단지(한류월드)에서 열린 K-컬쳐밸리 기공식에 참석해 홍보관에서 손경식 CJ그룹 회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외국인투자유치제도의 허점을 악용한 사례가 늘고 있다. 외국인 투자 유치 촉진과 기술 이전을 위해 마련된 국공유 재산 50년간 무상 임대 등의 특혜가 '무늬만 외자기업'인 국내 대기업에 돌아가면서 제도 개선의 요구도 높다.
 
국내 대표기업 삼성도 외국인투자촉진법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지구에 투자하며 지구 내 27만4000㎡의 부지를 50년간 무상 임대받았다. 이를 통해 아낀 땅값만 수천억원으로 추산된다. 법인세와 소득세 등도 감면받고 있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도 2012년 송도지구에 입주했다. 부지를 조성원가에 매입할 수 있었고, 조세감면 혜택 또한 주어졌다. 양사가 외자기업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외국인 지분 10%만 있어도 외자기업으로 인정되는 법의 맹점을 활용했다. 계약 당시 평균 고용 300인 이상 등 여러 조건이 붙었지만, 핵심은 외국인 투자 지분이다. 양사는 계약 당시에만 외국인 지분 10% 요건을 채우고 이를 유지하지 않았다. 외국인투자촉진법상 외자기업으로 인정되면 최대 50년간 부지를 무상 또는 땅값의 1% 금액에 임대할 수 있고, 각종 세제 감면에 지원금까지 덤으로 챙길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계약연도 이듬해인 2012년 2월 외국인 지분이 기존 10%에서 6.07%로 대폭 줄었다. 이후 유상증자를 반복해 올 상반기 말 기준 삼성물산이 51.04%, 삼성전자가 46.79%로 합계 97.82%를 보유하고 있다. 외국인 지분은 2.18%에 불과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초기엔 미국 생명공학회사인 바이오젠의 지분이 15%였지만, 2014년 9월 10% 아래(9.7%)로 떨어졌다. 올 상반기 말엔 8.8%였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는 “원래 지분 요건을 5년간 충족하도록 돼 있다”며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산이 증가하면서 외국인 지분이 희석된 것으로 보인다”고 씁쓸해했다.
 
CJ는 더하다. K-컬처밸리 조성 부지를 헐값에 대부받았다. CJ E&M이 90%, 외국인이 10% 지분을 투자한 특수목적법인(SPC) K밸리를 앞세워 경기도로부터 외자기업 혜택을 받았다. 도의회 의원들은 그러나 CJ E&M이 외국인 지분 투자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먼저 계약을 체결해 특혜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외국인 투자자가 K밸리 지분 10%를 확보한 것은 6월11일이다. CJ E&M 컨소시엄이 K-컬처밸리 용지 23만7401㎡를 공시지가(830억원)의 1%인 8억3000만원에 대부받도록 기본협약을 체결한 것은 그보다 앞선 5월20일이다. 의원들은 기본협약을 맺으면서도 도의회 보고와 동의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절차상의 문제도 제기했다. 이는 정권 실세 논란에 휩싸인 차은택씨 연루설로 확산됐다. K-컬처밸리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부터 차씨가 개입했다는 의혹이다. 경기도의회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는 차씨를 참고인으로 채택했다.
 
한편, 정부와 야당은 외국인 투자를 가장한 대기업 특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관련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외자기업 요건을 10% 이상에서 30% 이상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 내 법이 개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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