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기자] 서울시가 낮은 수익성으로 만년 적자에 허덕이다 민간 위탁기관도 찾지 못한 삼청각에 100억원 넘는 돈을 들여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
1일 시에 따르면 내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통한 삼청각 운영 활성화를 내세워 ‘전통 식문화 복합공간 조성(안)’을 추진해 지난달 재수 끝에 가까스로 시 투자심사위원회를 통과했다. 시는 내년 초 설계공모를 거쳐 오는 2018년까지 총 109억원을 투입해 기존 일화당과 별채 5동 등 노후화된 건물을 개선할 계획이다
하지만 100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한 리모델링으로 수익성이 개선될 지는 미지수다. 현재 삼청각은 앞서 두 번에 걸친 민간위탁 입찰이 유찰돼 기존 운영기관인 세종문화회관에서 1년 더 맡아 운영하게 됐다.
민간에서 삼청각 운영을 선뜻 맡지 않는 이유도 연 15억원에 달하는 높은 임대료와 낮은 수익성 때문이다. 삼청각은 지난 2013년 2억7300만원, 2014년 5800만원, 지난해 2억7400만원 등 3년 연속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달 공모에서도 전통공연과 전문한식당 등 3개 업체로 이루어진 1개 컨소시엄만 단독 입찰한 것이 단적인 예다.
또 삼청각 이용객은 2012년 이후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며, 지난해 방문객 13만1388명 중 외국인은 13%인 1만6469명으로 나머지 11만4919명(87%)이 내국인이다. 서울시 외래관광객 실태조사에서도 지난 2014년 기준 문화관광지 중 삼청각 방문율은 5%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요식업계, 특히 고급 한정식집들이 김영란법 시행 이후 매출에 타격을 입은 것을 감안하면 식사 가격이 대부분 10만원 안팎으로 고가에 해당하는 삼청각도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일본 원전사고나 메르스 사태, 세월호 사고 등 사회 전반적으로 침체된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다”며 “올해는 공공기관 세입세출 예산 기준으로 매출은 80억원, 수익은 3억원 정도 예상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시는 중국 등 해외 관광객을 상대로 한 관광코스 개발을 계획 중이지만, 복수의 관광업계 관계자들은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최근 들어 사드 설치를 둘러싼 갈등으로 나빠질 때로 나빠진 한·중 외교 상황에서 한국을 찾는 중국인들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여행업체 대표는 “중국 규제 때문에 한국을 찾는 중국 단체 관광객이 전년 동기 대비 50프로 정도 줄었다”면서 “FIT(개별자유여행) 관광객들이라면 모를까 식문화 코스로 (삼청각은) 큰 매력이 없다. FIT 관광객도 전체 관광객을 100으로 볼 때 1~2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시가 이번 삼청각 리모델링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도 제기된다. 시가 앞서 진행한 ‘한식을 테마로 한 복합체험공간으로의 삼청각 개편 타당성 조사 용역’ 보고서를 살펴보면 비용·편익비(BC)는 0.781로 사업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BC가 1.0 이하면 사업성이 적다고 판단해 사업을 추진하지 않는다. 시는 이 같은 결과가 나오자 삼청각 리모델링 분야만 별로 용역을 실시해 가까스로 BC 1.04를 도출하기도 했다.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성희 의원(새누리당·강북 2)은 “김영란 법도 시행되고 (삼청각) 운영이 어려운 건 사실”이라며 “삼청각이 음식박물관 같은 또 다른 역할을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지 여러모로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 성북동에 자리잡은 삼청각 전경. 사진/뉴시스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