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기자]고용노동부의 컨설팅을 통해 최근 직무능력표준(NCS)을 도입한 자동차부품 제조기업 에나인더스트리는 품질과 업무 효율이 도입 전보다 각각 33%, 12% 올랐다. 채용 시 적합업무 지원율도 27%나 상승했다.
다만 도입 초기에는 어려움도 있었다. 에나인더스트리 인사담당자는 “NCS를 사람들이 잘 몰랐고 해당 부서의 반대도 심했다”며 “특히 NCS를 담당할 인력을 구성하는 것과 정부에서 발표한 NCS를 기업 상황에 맞게 매칭하는 데에 애로가 컸다”고 말했다. 이어 “규모가 작은 기업에서는 직무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에서 개발한 NCS를 그대로 적용하는 데 무리가 있다”며 “각 기업의 상황에 맞게 NCS를 새로 개발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해당 업무를 전담할 인원이 필요했다. 기존 직원들이 모든 걸 다 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고용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지난해부터 NCS를 확산하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민간 부문의 성과는 아직까지 미진하다. 가장 큰 걸림돌은 비용이다. 스펙을 중심으로 채용을 실시하면 서류전형 시 최소 학점과 어학점수 등만 설정하면 되기 때문에 탈락자를 걸러내는 시간이 절약된다. 또 한두 명의 인사담당자가 모든 지원자의 서류를 검토하는 것도 가능하다. 반면 NCS는 개발 단계부터 추가 인력이 필요하고, 건별 심사에도 더 많은 인력과 시간이 요구된다.
선제적으로 NCS를 도입해 에나인더스트리처럼 긍정적인 효과를 본 기업들도 많지만, 상당수 중소기업이 처한 열악한 상황은 기대보다 우려를 앞서게 만든다.
김진실 산업인력공단 NCS 센터 기획운영단장은 “대기업들은 이미 NCS와 유사한 제도를 갖고 있기 때문에 도입하는 데 큰 무리가 없지만 중소·중견기업들은 당장 회사를 운영하는 데에도 시간과 비용이 부족하다. 장기적 비전을 갖고 인력 양성에 할애할 여유가 적다”고 말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컨설팅 등 정부의 지원인데, 아직까지는 NCS가 제도적으로 도입된 지 반년도 안 돼 컨설팅에도 한계가 있다. 김 단장은 “정부가 개발한 NCS는 민간에 그대로 맞아 컨설턴트를 통해 기업별 맞춤형 NCS를 만들어야 한다”며 “그런데 컨설턴트의 역량이 천차만별이다. 컨설턴트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게 지금으로선 급선무”라고 설명했다.
NCS 채용에 부정적인 취업준비생들의 시각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는 박모씨(27·남)는 “모든 기업이 NCS를 도입하면 스펙은 기본이고 NCS까지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NCS만 하면 된다는 생각보단 스펙이 늘어난다는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근로조건 위주의 구직 관행에 더해 구직 경로도 수동적으로 변화하면서 ‘직무 중심 채용’으로 변화가 구직자들에게 부담으로 여겨지는 상황이다. 여기에 기존에 힘들게 쌓아올린 스펙이 무의미해질지 모른다는 실의도 번지고 있다.
김은석 고용정보원 생애진로개발센터 연구위원은 “역량 중심이라고 해서 새로운 걸 하니 준비하는 입장에선 힘들겠지만 시대의 변화에 적응할 필요가 있다”며 “직무 중심 채용은 기존의 스펙을 버리라는 게 아니다. 선별적이고 전략적으로 구직을 준비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변화할 사회에서도 고학력·고스펙보다는 실제로 쓸 수 있는 기술이 강조될 것”이라며 “전공과 강점, 흥미를 고려해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지난달 28일 고용노동부 울산지청 울산고용센터에서 울산고용센터와 한국산업단지공단 울산지역본부의 일학습병행제와 국가직무능력표준(NCS)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