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토마토 김지영기자]해마다 접수되는 체불임금 액수는 증가하고 있는 데 반해 고용노동부의 지도해결을 통해 청산되는 체불임금 액수는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 고액 체불 사업주들이 고의로 청산을 기피하거나, 사업의 도산 등의 사유로 임금을 지급할 능력을 상실한 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
7일 고용노동부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에 따르면 2008년 16만9490건이었던 체불임금 접수건수는 지난해 21만7530건으로, 같은 기간 9561억원이었던 체불임금은 1조5286억원으로 급증했다. 건당 체불금액 또한 564만원에서 657만원으로 늘었다. 체불임금 접수건수는 2011년부터 일시적 감소세를 보이다가 2013년 다시 증가세로 전환됐다.
반면 고용부의 지도해결을 통한 체불임금 청산액은 건당 471만원에서 450만원으로 줄었다. 전체 접수건수의 70.0%인 15만2290건이 해결됐으나, 체불금액 기준으로는 48.1%인 6866억원만 청산되는 데 그쳤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일선 지방청에서 실제 지도해결 건수비율을 가시적으로 높이기 위해 무리하게 디스카운트 해결을 했거나, 체불액이 소액이어서 상대적으로 지도해결이 쉬운 진정사건을 선별·집중했다는 지적이 제기될 만한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건당 지도해결 금액이 줄어든 데에는 일선 지방고용청 및 지청의 근로감독 행태보다는 체불 사업주들의 임금 지급 여력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고용부의 시각이다. 특히 ‘디스카운트 해결’ 의혹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진정인과 피진정인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체불임금을 낮춰 잡으면 진정인이 그걸 받아들이겠느냐”며 “본부에서 그렇게 하라고 한 적도 없고, 일선에서 그렇게 했다고 해도 수용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오히려 최근 들어선 지도해결이 가능한 범위를 벗어난 고액 체불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 때문에 전체 체불임금 액수 중 지도해결을 통한 청산액 비율도 수년째 정체돼 있다.
실제 체불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분 건수는 2015년 5만6222건에서 지난해 5만8951건으로 4.9%(2729건) 증가했다. 체불임금 액수 또한 6조3094억원에서 6조6226억원으로 5.0%(3132억원) 늘었다. 그만큼 고액·상습 체불과 재산은닉·도주 등 악의적 체불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체불이 형사처분으로 이어지는 경우에는 사업주가 임금 지급명령을 거부하는 사례가 많다.
소액체당금을 비롯한 체당금 지급규모도 2015년 2979억원에서 지난해 3687억원으로 23.7% 급증했다. 체당금은 노동자가 사업주의 도산 등을 이유로 임금이나 퇴직금을 받지 못 할 경우, 임금채권보장에 따라 근로복지공단이 노동자들에게 임금의 일부를 지급하는 제도다. 체당금 지급이 늘었다는 것은 체불임금 지급 여력이 없는 기업들이 늘었음을 의미한다.
고용부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고액 체불에 대한 지도해결 실적이 미진한 데에는 여러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일각의 주장처럼 감독관들의 노력이 문제일 수도 있지만 경기적 요인이 크다고 본다”며 “조선업의 경우 폐업한 사업체들은 임금을 지급할 능력 자체가 없고, 상습·악의적인 체불에 대해선 지도해결이 어렵다. 형사처분 건수나 체당금 지급규모가 늘었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알바노조 소속 회원들이 지난해 12월2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고용노동부는 체불임금 해결하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