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오는가"…탄핵선고 초읽기 '인용vs각하' 격돌

19차 촛불집회 누적인원 1500만 집결 "박근혜 없어야 진정한 봄"
16차 탄핵 반대 집회 "오늘만 500만…'각하' 확실 축제 준비하자"

입력 : 2017-03-05 오전 3:49:17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이 초읽기에 들어간 4일 서울과 전국 곳곳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인용을 촉구하는 촛불집회와 기각을 주장하는 탄핵반대 집회가 각각 총력전을 펼첬다.
 
특히 촛불집회는 이날 오후 9시 기준으로 전국에 105만명이 집결하면서 누적인원 1500만명을 돌파했다. 서울 95만명, 부산 3만명, 광주 5만명, 대구 7000명, 전남 3000명, 경남과 대전·제주 각 2000명 등 전국 기준 연인원 총 105만890명이 모였다. 지난해 10월29일 1차집회에 2만명에서 19차 집회에 이르기까지 넉달여만에 대한민국 인구 3분의 1에 육박하는 인원이 모여 박 대통령 탄핵을 촉구한 것이다. 직전 집회인 18차 3·1절 집회에는 누적인원이 총 1459만명이었다.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19차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박근혜 없는 3월, 그래야 봄이다'를 기조로 박 대통령의 탄핵과, 특검연장 요구를 거부한 황교안 권한대행의 퇴진을 강력히 요구했다. 사진/뉴시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는 '박근혜 없는 3월, 그래야 봄이다!'를 주제로 19차 집회를 열었다. 사전집회에 이어 이날 오후 6시쯤 연세대·고려대 86학번 합창단의 ‘아침이슬’, ‘광야에서’ 등 공연으로 시작된 본 집회는 기조발언과 시민자유발언, 4·16 합창단 등의 공연에 이어 촛불소등과 레드카드 퍼포먼스, 탄핵인용 촉구 공동결의문 낭독 순으로 진행됐다.
 
기조발언에 나선 한국YMCA전국연맹 이충재 사무총장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드러난 한국사회의 민낯과 구조악은 여기 모인 우리 국민 모두에게 책임감을 더욱 강렬히 요구하고 있다"며 "박 대통령은 탄핵되고 구속돼야 한다. 이는 적폐 청산의 시작이요, 새로운 대한민국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퇴진행동 안지중 공동상황실장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화살을 돌렸다 그는 “국민의 75%가 요구한 특검수사기간 연장 민의를 황 대행은 거부했다”며 “국민은 황교안을 거부한다. 정치권은 황교안을 탄핵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공개발언에 나선 이화여대 학생 대표 양효영씨는 “대학생들이 최저인생에 시달릴 때 정유라는 특혜인생 꽃길을 걸었다”고 지적하고 “학생들이 비리총장을 몰아낸 것 처럼 어제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본관을 점거해 임금과 고양을 보장받는 승리를 거뒀다”며 “우리 대학생들은 탄핵을 앞두고 다시 들불처럼 전국 대학에서 2차 시국선언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3.1월 집회 이후 청와대는 역겹게도 탄핵 찬반여론이 5대 5가 됐다고 호도했지만 돈 받고 동원되는 태극기가 아니라 촛불이 진정한 민심 아니냐”며 “박근혜 없는 봄을 맞이하기 위해 대학생들이 앞장서겠다. 헌재는 탄핵하라, 박근혜를 구속하라”고 외쳤다.
 
이날 집회는 오후 6시30분 기준(주최측 발표)으로 서울 광화문 광장에 집결한 시민 60만명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과 ‘촛불소등’에서 절정을 이뤘다. 제창 중 눈물을 머금거나 흘리는 시민들도 없지 않았으며, 한순간에 꺼졌다가 일시에 다시 점등되는 촛불은 그 어느 때보다도 장관을 이뤘다.
 
집회는 오후 7시35분 행진으로 번졌다. 방송차 6대가 앞서 길잡이에 나섰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청와대로 향하는 시민들은 청운동길·효자동길·삼청동길로, 황 권한대행에게 항의하는 시민들은 삼청동 총리관저로 행진했으며, 탄핵인용을 촉구하는 시민들은 동십자각과 안국역 1번 출구·낙원상가를 거쳐 안국역 4번 출구로 나아갔다. 각 목적지에서 탄핵인용, 박근혜 구속 등을 외치며 퍼포먼스를 연 시민들은 이날 오후 9시쯤 광화문 광장 북단 무대로 재집결해 대동한마당 공연에 참여한 뒤 공식 일정을 마치고 귀가했다.
 
19차 촛불집회에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 등 야권 유력대선주자들이 서울광정에서, 안희정 충남지사는 대전 집회에 참석해 박 대통령 탄핵 인용을 촉구했다.
 
촛불 집회에 맞선 탄핵반대 집회도 서울 중구 대한문 앞 광장에서 열렸다. 이날 '제16차 탄핵각하를 위한 천만민심 태극기 집회'를 주최한 '대통령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는 이날만 500만명이 모였다고 주장했다.
 
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은 기조 발언에서 "조만간 탄핵심판에 대한 선고가 있을 것이다. 애국시민 여러분의 힘으로 탄핵은 각하가 될 것"이라면서 "(그 이유는) 박근혜 대통령은 어느 누구로부터도 돈 한푼 받아먹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 "미르, K스포츠재단 모두 공익재단이고 기업들이 기부한 774억원은 거의 그대로 재단에 남아있다. 그 재단들의 주인은 박 대통령이 아니라 돈을 낸 기업들이다. 재단이 해체되면 개별 기업들에게 돌아간다"며 "그렇기 때문에 애당초 두 재단을 통해 엮으려 했던 탄핵은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대학생이라고 밝힌 이군로씨는 이날 공개 발언에 나서 "태극기의 물결로 저 촛불이 얼마나 거짓이었는지, 허무맹랑한 뻥튀기였는지 만 천하에 드러났다"며 "청년들이 저 촛불집회에 많겠느냐, 아니면 태극기 집회에 많겠느냐. 태극기가 훨씬 많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촛불집회에서 태극기 집회로 넘어올 청년들은 많지만 태극기 집회에서 촛불집회로 갈 사람은 없다"며 "헌법재판소는 제대로 판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탄핵반대 집회 참여 시민들은 오후 3시30분쯤부터 행진을 시작했다. 을지로입구역과 충무로역, 명동입구역 등을 거쳐 대한문으로 돌아오는 경로로 행진한 시민들은 군가에 맞춰 ‘탄핵 각하’, ‘특검 구속’, ‘국회 해산’ 등을 외쳤다.
 
2부 집회를 거쳐 마무리된 집회에서 정광용 탄기국 공동대표는 선고일로 예상되는 오는 10일 또는 13일 총 집결을 호소했다. 그는 “지금까지 진행과정이나 여러가지 정보를 종합해보면 탄핵은 각하된다고 믿는다”며 “판결 선고일 모일 때에는 축제준비를 하고 참여하라. 헌재에서 모여 그동안 억눌렸던 한을 풀자”며 총력전을 예고했다. 탄기국은 13일로 선고기일이 넘어갈 경우 11일 오후 2시 대한문 앞 광장에서 집회를 열 예정이다. 이날 집회에는 윤 의원을 비롯해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 대통령 대리인단 김평우 변호사 등이 참여했다.
 
경찰은 이날 촛불·태극기집회에 대비해 199개 중대 1만5900여명의 병력을 투입해 촛불집회와 탄핵반대 집회 세력 양측의 충돌 대비와 질서유지에 나섰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7일 변론종결 이후 탄핵심판 선고를 위한 평의를 진행 중이며 주말에도 재판관들이 출근해 결론 도출을 위한 치론한 토론을 이어갔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이 퇴임하는 오는 13일 이전 마지막 평일인 10일쯤이 유력한 선고일로 전망된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기각을 요구하는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이 4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남대문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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