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기자] 미래창조과학부의 앞날이 안갯속에 빠졌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10일 재판관 만장일치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인용했다. 박근혜정부는 과거형이 됐다. 동시에 박근혜정부를 상징했던 창조경제도 문을 닫게 됐다. 주무부처인 미래부는 차기 정부에서 부처 개편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유력 대선주자들도 미래부 개편의 필요성에 대해 동의하고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과학기술부의 부활과 중소기업청의 중소벤처기업부 승격을 제시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를 확대, 개편하겠다며 기초과학의 집중 육성 의지를 내비쳤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흩어졌던 연구개발 사업을 통합해 한 부처에서 관리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미래부는 지난 2013년 이명박정부 시절 지식경제부와 안전행정부(현 행정자치부),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산재한 정보통신기술(ICT)과 방송부문 일부 업무를 합쳐 탄생했다. 현재 과천정부청사에 위치한 미래부의 직원은 1000여명에 달한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열린 '제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지능정보사회 추진 민관 컨퍼런스'에서 지능정보사회 종합대책 추진방향을 발표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래부는 현 정부 들어 전국에 19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설립하는 등 창조경제 정책을 주도했다. 올해 업무계획에도 혁신센터를 활용한 방안이 담겼다. 센터별 수익 모델 확산을 위해 지역과 전담기업의 수요에 기반한 맞춤형 특화사업(72억8000만원 규모)과 450명 규모의 청년혁신가 양성 등이 주요 내용이다. 대구와 경기 센터는 전국 단위의 창업 거점으로 육성하고, 성남 판교테크노밸리에 글로벌 창업 전진기지 역할을 할 창조경제밸리를 구축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한 지능정보화 사업 계획도 내놨다. 데이터의 유통과 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6월부터 데이터스토어를 개방형으로 전환하고, 법률·특허 분야 지식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지원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을 비롯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사업 수주와 공모전 등에 나서려고 했지만 사업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대통령 탄핵 후 60일 이내 대선을 치러야 하는 규정에 따라 5월9일 대선이 유력해지면서 미래부의 존속 여부가 안갯속에 빠졌기 때문이다.
판교테크노밸리의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미래부가 공공 데이터를 인공지능(AI) 등에 활용하기 쉬운 형태로 개방한다는 소식에 아이템을 내고 사업화에 공을 들였다"며 "하지만 조기 대선 이후 미래부가 어찌될지 몰라 사업화를 지속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미래부는 부처 개편에 대해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최양희 장관은 지난해 12월 출입기자단 오찬에서 "사업을 만들고 정착하는데 2~3년이 걸리는데 새 정부가 들어서고 부처가 또 바뀌는 것이 지속되고 있다"며 "대통령 임기인 5년마다 정부 조직을 변경하는 것은 낭비"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조직의 불안은 여전하다. 한 관계자는 "업무가 손에 잡히질 않는다"고 말했고, 다른 관계자는 "(존속만 얘기하면)부처 이기주의로 비칠까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