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기자] 정치권이 대선 체제로 전환하면서 정보통신기술(ICT) 현안의 국회 처리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 대선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아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일정만으로도 빠듯해졌다.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는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가 좌초되면서 부처 존속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5월9일 대선을 앞두고 주요 정당들이 대선 레이스에 돌입한 가운데 주요 ICT 법안들이 국회에 계류중이다. 사진은 지난해 19대 국회 마지막 임시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법안 서류들이 쌓여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16일 기준으로 국회 미래창조방송과학통신위원회에 계류된 법안은 208개에 달한다. 이동통신단말장치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비롯해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등의 개정안이 여전히 상임위 심사단계에 머물러 있다.
2014년 10월부터 시행된 단통법의 지원금상한제(휴대폰 판매지원금을 최대 33만원으로 제한)는 3년 일몰 조항으로, 10월부터 효력을 잃게 된다. 특히 단통법 관련 개정안은 지원금상한제 외에도 분리공시(이동통신사와 제조사의 지원금을 따로 공시), 휴대폰 일시불 결제 거부 금지, 선택약정할인율 30%로 확대 등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민생 법안들이다. 이동통신사와 제조사 등 관련업계의 이해도 걸려 있다.
하지만 국회는 임시휴업 상태를 이어갈 조짐이다. 4월 임시국회가 예정돼 있지만 각 당이 대선에 당력을 집중해야 하는 탓에 해당 법안들의 처리 여부는 요원하다. 미방위 관계자는 "4월 임시국회가 대선을 앞두고 열리는 만큼 전체 국회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지켜봐야 미방위에서 발의된 주요 법안들의 처리 여부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회의적 입장을 보였다.
ICT 컨트롤타워인 미래창조과학부는 존속 여부가 불투명하다. 유력 대선주자들이 과학기술 분야의 전담 컨트롤타워 신설 등 부처 개편을 만지면서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렸다. 과학과 ICT를 모두 다루고 있는 미래부의 업무를 각자의 전문 분야로 나누자는 의견으로, 창조경제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미래부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면서 과학과 ICT는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미래부 관계자는 "과학 전문 컨트롤타워와 ICT 업무를 여러 부처로 나누는 것은 과거 정권들에서 여러 번 시도했던 것들"이라며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의 핵심사업들은 과학과 ICT가 공존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양희 미래부 장관도 지난해 12월 출입기자단 오찬에서 "사업을 만들고 정착하는데 2~3년이 걸리는데, 새 정부가 들어서고 부처가 또 바뀌는 것이 지속되고 있다"며 "대통령 임기인 5년마다 정부 조직을 변경하는 것은 낭비이며 국가적 손해"라고 지적했다. 다만, 칼자루를 쥐게 될 차기 정권이 이 같은 반발을 귀담아 들을지는 미지수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