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국정농단 사건의 최고 정점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 가운데 공범 관계인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이 검찰의 소환 통보에 불응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날 최씨 등에 대해 소환을 통보했으나, 3명 모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3명에게 소환을 통보했는데, 모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해 소환 불능"이라고 말했으며, 이들의 불출석 사유에 대해서는 "개인적 사유"라고 설명했다. 이들에게 소환을 통보한 것이 이날 출석한 박 전 대통령과의 대질을 염두에 둔 것인지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이 관계자는 "답변하기 어렵다"고 대답했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이 삼성그룹에 대한 승계 작업 등 현안을 해결해 달라는 청탁의 대가로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으로부터 총 433억2800만원의 뇌물을 받고, 이상화 KEB하나은행 프랑크푸르트지점장을 글로벌영업2본부장으로 임명해 승진하도록 강요하는 등 대부분 혐의를 공모한 것으로 조사됐다. 노태강 전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을 사직하게 하고,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인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후 지원 심사 결정에 개입한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안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 최씨와 전국경제인연합이 대기업의 매출액을 기초로 출연금을 할당하고, 이에 따라 16개 대기업이 미르재단에 486억원, K스포츠재단에 288억원을 지원하도록 하는 등 직권남용 혐의를 받고 있다. 정 전 비서관은 공무상 비밀 내용을 담고 있는 문건 47건을 최씨와 공동으로 사용하는 외부 이메일에 첨부해 전송하거나 최씨에게 직접 전달하는 등 공무상비밀누설 혐의에 대해 박 전 대통령과 공모 관계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검찰은 이날 박 전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지만, 조사 과정에서는 호칭을 '대통령'으로 부르는 등 예우를 갖추고 있다. 박 전 대통령도 조사를 담당하는 검사를 '검사님'이라고 호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검찰 조서에는 박 전 대통령이 '피의자'로 기재돼 있다. 이날 조사가 진행되는 서울중앙지검 1001호 조사실 옆 1002호는 휴게실에는 휴식 등 편의를 위해 응급용 침대와 탁자, 소파, 책상이 마련됐다.
이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의 진술 태도에 대해 "답변을 잘하고 계시다"라면서 "조사 시간 예상이 정확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아직 크게 어긋나지는 않는 것 같다"고 밝혔다. 취재진과 만난 이날 오후 3시30분쯤 이 관계자는 "퍼센티지로 가늠하기 어렵지만, 준비한 질문 가운데 3분 1 정도는 지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도 전했다.
다음은 검찰 관계자와의 일문일답이다.
-조사 과정에서 호칭은
▲수사 과정에서는 적절하게 '대통령님'이라고도 하고, '대통령께서'라고도 한다. 대통령께서도 '검사님'이라고 하고 호칭하고 있다. 물론 조서에는 피의자로 기재돼 있다.
-안종범 전 수석과 정호성 전 비서관의 진술하고 본인이 그동안 주장했던 것이 엇갈린 것이 상당이 있는데, 엇갈린 내용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나
▲구체적인 답변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조사 중이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답변 드리기 어렵다.
-질문 가운데 진술 거부권 행사한 것 있었나
▲아직 그런 것 없는 것 같다.
-조사 시간은 예상하는 대로 진행되고 있나
▲예상이 정확하다고 보기 어려운데, 아직 크게 어긋나지는 않는 것 같다.
-자정을 넘길 가능성은
▲그건 아직 모르겠다.
-영상녹화 동의하지 않으면서 녹화할 경우 묵비권을 행사하겠다는 얘기도 했나
▲그런 얘기 없었다.
-고지만 하면 되는데, 동의를 물은 이유는
▲영상녹화는 알다시피 고지만 하면 할 수 있지만, 그것에 대해 저희는 답변과 진술 듣는 것 필요하다. 영상녹화 등 절차적인 문제로 실랑이가 되면 실제로 실체적인 부분의 조사가 어려운 경우가 굉장히 많다. 굳이 조사받는 대통령 본인과 변호인들이 영상녹화를 하지 않겠다는데, 영상녹화를 한다고 하면 조사 초기부터 상당히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대통령이 영상녹화에 대해 부정적인 뜻을 먼저 밝혔나
▲부정적인 뜻을 먼저 밝힌 것은 없다. 오늘 조사 시작 전에 저희가 "영상녹화를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라고 여쭤보고, "안 했으면 좋겠다"고 정리됐다.
-다른 사건의 피의자도 영상녹화할 때 동의를 구하나
▲그런 경우가 많다.
-이원석 부장과 한웅재 부장의 업무 분담은 어떤 식으로 하나
▲그것은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려운데, 본인들이 수사를 담당했던 파트로 나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전체적으로 혐의를 부인하는지
▲진술 내용 대해서는 혐의를 인정하는지, 부인하는지의 내용은 이 자리에서 아직 말하기 어렵다.
-준비한 질문 가운데 대략 몇 퍼센트 정도 진행됐다고 보나
▲퍼센티지로 말하기는 좀 어렵다.
-4분의 1 정도라든지
▲3분의 1은 지나지 않았나 생각한다. 퍼센티지로 가늠하기는 좀 어렵다.
-대통령께서 중간에 조사받으면서 휴게실에서 가서 잠깐 쉬었다 오기도 하나
▲오후에는 그럴 가능성이 있다. 오후는 길기 때문에.
-오늘 청사에 소환된 공범 있나
▲오늘 피고인 세 분을 소환했는데 세 분 다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해서 소환 불능이다. 최서원(최순실), 정호성, 안종범 모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사유가 뭔가
▲개인적 사유인데, 사유를 말하기는 어렵다.
-대질을 염두에 두고 소환한 것인가
▲그것까지 말하기는 어렵다.
-구속영장 청구 여부는 언제쯤 결정하나
▲지금은 조사에 집중하고 있다.
-청구 가능성은 열어 놓고 있나
▲지금은 조사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조사받는 분 귀가하는 것 확실한가
▲귀가한다.
-대략적인 진술 태도가 성실하게 답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나
▲답변 잘하고 있다.
-아침 복장 그대로 조사받고 있나
▲외투는 벗은 것 같다.
-대통령 쪽에서 변호인 의견서 같은 것 말고 병원 진단서 등 공식 서류도 제출했나
▲그런 것 없다.
뇌물수수 등 13개 범죄혐의로 검찰에 소환된 박근혜 전대통령이 21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현관문을 통해 건물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