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 당한 검찰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핵심혐의로 지목한 이른바 '창성동 특감반'의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 불법 감찰 혐의를 영장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관계자는 12일 ‘창성동 특감반’ 불법 감찰 혐의(직권남용)에 대해 “수사를 했지만 혐의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신발과 양말을 벗기고 신체 수색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그런 사실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창성동 특감반' 불법 감찰 여부를 조사했으나 혐의가 없어 영장에 적시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창성동 특감반' 불법 감찰 사건은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이 지난해 1월 문화체육관광부 사무관과 주무관에 대한 일방적 징계 지시를 내리고 이를 이행하지 않은 문체부 감사담당관 백모씨를 강압적으로 수사한 사건이다. 백씨의 언론 인터뷰에 따르면, 특감반은 문체부 감사담당관실을 압수수색하고 백씨를 서울 종로 창성동 정부청사로 불러 강압적으로 조사했다. 백씨는 이 과정에서 특감반으로부터 협박당하고 신발과 양말을 강제로 벗은 채 조사를 받았다
대통령령인 ‘대통령비서실 직제’에 따르면, 비서실은 특별감찰반을 운용할 수는 있으나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할 수 없다. 관련자에 대한 조사도 임의조사로 제한된다. 강제수사가 필요한 경우에는 검·경에 수사를 의뢰하거나 정식 고발해야 한다. 백씨의 주장대로라면 특감반의 강제수사는 형법상 직권남용은 물론, 협박죄에도 해당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인권유린 행위다.
특검팀은 우 전 수석 산하의 '창성동 특감반' 운용이 법적 권한을 넘어선 ‘불법·강압사찰’이라고 판단하고 수사하는 과정에서 특감반이 문체부로 보낸 지시 문건 등 여러 확증적인 물증을 확보했다. 지난 2월2일 법원으로부터 발부 받은 청와대 압수수색 영장에는 창성동 특감반 사무실도 포함됐다. 그러나 청와대의 승인 거부와 당시 특감반원으로 있던 검찰 관계자 등에 대한 조사가 좌절되면서 더 이상 진척되지 못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그러나 지난달 6일 “해당 혐의에 대한 움직일 수 없는 증거를 확보해 검찰로 넘겼다”고 말했다. 박영수 특검이 수사를 검찰로 인계하기 전 “우 전 수석에 대한 영장을 재청구할 경우 100% 발부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 혐의를 지목한 것이다.
검찰도 우 전 수석 재직 당시 특감반에 편성됐던 검찰 관계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지난달 24일에는 청와대로부터 민정수석 산하 사무실 3곳에 대한 증거물들을 임의제출 형식으로 제출받아 확보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혐의가 없다는 것이 검찰의 결론이다.
이 배경에는 우 전 수석과 함께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한 윤장석 민정비서관 등 전·현직 청와대 출신 검사와 검찰 수사관 6명의 진정서와 진술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윤 비서관 등은 특검팀이 청구한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진행된 지난 2월21일 서울중앙지법 오민석 영장전담 부장판사에게 진술서를 제출했다. 진술서 내용은 우 전 수석이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고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감찰 활동을 진행했다는 취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상당수가 특감반 소속 검사와 수사관들이었다. 결국 특검팀의 구속영장 청구는 기각됐다. 검찰 안팎에서는 우 전 수석이 휘하에 있던 이들 검사와 수사관들에게 진정서 제출을 요청하면서 부담을 줬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검찰은 사건을 특검팀으로부터 인계받은 뒤 우 전 수석에 대한 조사를 위해 50여명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특검팀이 우 전 수석의 핵심혐의로 지목한 '창성동 특감반 불법감찰' 혐의를 이번 영장에서 제외한 것은 오히려 특검팀 수사보다 후퇴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검찰이 특감반 검사와 수사관들의 주장만을 근거로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면 부실수사라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이들은 우 전 수석의 직권남용 혐의의 공범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검찰이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이들에 대한 봐주기 수사를 함으로써 우 전 수석으로서는 가장 핵심적인 혐의를 벗은 셈이 된다.
전날 영장실질심사에서 7시간 동안 검찰과 법리공방을 벌인 우 전 수석도 이런 검찰의 태도에 구속영장청구 기각을 자신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유치장소인 서울중앙지검 청사로 이동하기 전 미소를 머금는 등 밝은 표정을 보였다. 법원의 영장기각 결정이 있은 뒤 대기하고 있던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나와 귀가하면서도 살짝 웃는 표정을 보였다. 취재진이 몰려들어 퍼붓는 질문에도 종전과는 달리 부드러운 태도를 취하면서 "그동안 수고 많았습니다"라고 여유있게 받아넘긴 뒤 준비하고 있던 승용차에 올라 귀가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가 부실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영장 기각은 법원의 몫이다. 최선을 다했다"고 반박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후 미소를 머금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