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수석, 공범은 정말 없었나

영장 적시 혐의 최소 8개인데 단독 범행으로만
박 전 대통령과 대조…'제식구 감싸기' 논란 가중

입력 : 2017-04-12 오후 9:06:21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이 재차 기각되면서 검찰이 패닉상태에 빠졌다. 대선정국과 맞물려 나오는 '검찰개혁'과 '검경 수사권 조정' 등 민감한 이슈에서도 우위를 내주게 됐다. 무엇보다 '제식구 감싸기 수사'라는 오명을 다시 뒤집어쓰면서, 국정농단 사건 수사에 흠집을 내 국민적 신뢰를 또 한 번 잃었다는 평가다. 그러나 검찰로서도 유감인 결과가 나온 데에는 애초부터 우 전 수석에 대한 범죄구성과 수사가 잘못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9개월간 수사…결과는 초라
 
검찰은 우 전 수석 사건에 9개월 가까이 매달렸다. 넥슨과 관련된 '처가 강남땅 특혜 매매' 의혹이 불거지고 투기자본감시센터가 우 전 수석을 고발하자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7월20일 조사1부(부장 이진동)에 배당해 수사에 착수했다. 한 달 후 이석수 청와대 특별감찰관이 우 전 수석을 직권남용과 횡령 혐의로 수사를 의뢰한 사건과, 이 감찰관의 감찰내용 유출 의혹에 대한 고발사건이 접수되면서 김수남 검찰총장은 닷새간의 장고 끝에 특별수사팀을 구성하도록 지시하고 윤갑근 대구고검장을 팀장으로 임명해 우 전 수석에 대한 모든 사건을 전담시켰다.
 
윤 고검장에게 수사지휘를 맡긴 것을 두고 검찰과 법조계, 정계에서는 당장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우 전 수석과 사법연수원 19기 동기인데다가 법무부에서 함께 근무했고, 우 수석이 대검 수사기획관으로 있을 때 윤 팀장은 그와 직접 관계가 있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로 근무했다. 이 때문에 이번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문제됐다. 그러나 윤 고검장은 "나는 검사다. 검찰 조직 안에 있다. 살아있는 권력이든 뭐든 검사로서 주어진 일 할 뿐이다. 다만, 어려움은 내가 감내해야 할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특별수사팀이 골든타임 놓쳐
 
특별수사팀 구성은 화려했다. 김석우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 검사를 중심으로, 특수2부·특수3부·조사부 등 서울중앙지검 핵심수사부 소속 검사들과 파견검사 등 7명 등 총 30여명 규모로 구성됐다. 그러나 8월23일 출범한 특별수사팀은 126일 동안 수사하면서 아무런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그러다가 불거진 최순실 게이트가 국정농단 사건으로 확대되고 특별검사까지 임명되면서 떠밀리듯 수사를 마무리 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때 이미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의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윤 고검장은 지난해 12월26일 최종 브리핑을 하면서 스스로도 민망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사를 철저히 했다", "시기에 문제가 있지 수사가 부실했던 것은 아니다", "검사로서 좌고우면 하지 않고 한다는 걸 지킬려고 노력했고 지켰다고 자부한다"고도 말했다.
 
특별수사팀은 우 전 수석을 수사하면서 단독 범행을 전제로 했다. 수사가 지지부진 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윤 고검장은 "참고인 소환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우 전 수석의 비리혐의에 연루된 인물들이 모두 참고인이었다. 공범으로 입건된 사람은 없었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고 우 전 수석의 개입 의혹이 제기되면서 특별수사본부 1기가 사건을 가져왔지만 '단독 범행'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후 박영수 특별검사팀, 특수본 2기가 수사를 이어받았지만 다르지 않았다.
 
특검팀 확인 혐의만 11개
 
특검팀이 확인한 우 전 수석의 혐의만 해도 11개다. 구속영장에는 ▲문화체육관관부 소속 공무원들에 대한 부당 인사조치 요구 등 직권 남용 ▲공정거래위원회 소속 공무원에 대한 직권남용 ▲외교부 공무원들에 대한 부당 인사조치 요구 등 직권남용 ▲공직신설 및 정실 인사 요구 등 직권남용 ▲위력에 의한 특별감찰관 등의 직무수행 방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관련 진상 은폐 직무유기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민간인 불법사찰 직권남용 등이 적시됐다. 그나마 특검법상 열거된 혐의로 제한 된 것이다.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수사가 종료되자 특검팀은 다른 미제 사건들과 함께 우 전 수석 사건도 검찰 특수본 2기로 넘겼다. 이 때 특검팀은 "세월호 수사방해 의혹, (주)정강 자금 관련 의혹 등 우 전 수석에 대한 관련 의혹들은 특검법 수사대상 및 기한 한정으로 인해 그 규명에 한계가 있었다"며 "검찰에서 추가 수사 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주)정강 자금 관련 의혹 등 개인비리의 경우 특검법상 수사대상이 아니고, 우 전 수석과 그 일가, (주)정강 등 관련 법인들에 대한 정밀한 자금흐름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최순실과의 연관성도 규명 못해
 
검찰 특수본 2기는 우 전 수석 사건과 관련해 참고인 50여명을 조사했다. 특히 가족회사 '정강'과 관련한 횡령·탈세 등 의혹과 관련해 처와 장모 등을 조사했지만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우 전 수석과의 연결고리가 없다는 것이 검찰의 결론이다. 검찰은 지난 9일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세월호 수사 관련 위증 혐의와 'K스포츠클럽' 사업과 관련한 대한체육회 감찰 관련 직권남용 혐의를 추가했다. 'K스포츠클럽'은 비선실세 최순실의 이권이 개입된 곳이다. 대신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의 불법 운용 혐의 중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에 대한 부분 등은 제외했다. 특수본 소속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그동안 모든 수사 내용 중 범죄 혐의가 있는 부분만 모아서 영장에 반영했다"고 말했다. 영장에는 8~9개 혐의가 적시됐다.
 
법조계에서는 특별수사팀과 특수본 1·2기, 특검팀 수사 과정에서 적용된 최소 8개 이상의 혐의사실을 공범 없이 우 전 수석 혼자 행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된 배경에도 최순실·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공범들의 구속이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 우 전 수석의 공범 여부를 파고들지 못한 것이 결국 실책이라는 비판이다. 검찰과 특검팀이 영장에 적시한 혐의만 봐도 '특감반 불법감찰', '대한체육회 감찰' 등은 공범 가능성이 농후한 혐의다. 특감반에는 청와대로 파견된 검사들이 포함돼 있다. 최진녕 법무법인 이경 대표 변호사는 "검찰과 특검 모두 결국 우 전 수석과 최순실 사이의 연관성 조차도 규명하지 못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수뇌부, 특검팀이 수사했어야"
 
우 전 수석이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김수남 검찰총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 등 법무검찰 수뇌부와 자주 통화한 배경에 대해서도 의문이 남는다. 노 차장은 이에 대해 "통화를 한 게 무슨 죄가 되나. 필요한 부분을 모두 조사했다. 검찰 수사에 우 전 수석의 압력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서는 아예 특검팀에서 법무검찰 수뇌부를 조사했어야 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두고도 이미 영장 기각이 예견된 일이었다는 지적이 있다. 권순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는 12일 "혐의내용에 관해 범죄성립을 다툴 여지가 있다"며 "이미 진행된 수사와 수집된 증거에 비춰 증거인멸 및 도망의 염려가 있음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아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지난 2월 특검팀의 영장기각 사유와 같다. 지난 9개월 동안의 수사에 대한 법원의 평가다. 법정에서의 유죄 증명은 구속의 필요성을 관철시키는 것보다 훨씬 엄격하다. 결국 우 전 수석이 기소되더라도 무죄를 선고받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김수남 검찰총장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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