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특정 법인에 재산의 무상제공이 있는 것 자체로 증여세를 납부하도록 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은 무효란 대법원 판결이 내려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일 강주물주조업체인 H사 주주 이모씨 등 2명이 서대문세무서와 용산세무서를 상대로 낸 증여세부과처분취소 소송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주주가 보유한 주식의 가액이 증가하지 않았다면 증여 이익 자체가 없으므로 개정 법률 조항을 근거로 해도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고, 개정 법률 조항은 개정 전 법률 조항과 마찬가지로 그 가액 증가분의 계산방법에 관한 사항만을 대통령령에 위임한 규정으로 보아야 한다"며 "그런데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은 여전히 특정 법인에 재산의 무상제공이 있으면 그 자체로 주주가 이익을 얻은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주주가 실제로 얻은 이익의 유무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증여세 납세의무를 부담하도록 정한 것이므로 모법인 개정 법률 조항의 취지에 반하고 그 위임범위를 벗어난 것"이라며 "그렇다면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은 2010년 1월1일 상증세법 개정 이후에도 여전히 무효이고, 이 사건 처분은 무효인 이 사건 시행령 조항에 근거해 이루어진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개정되기 전의 구 상증세법 제41조 제1항은 주주의 특수관계자와 결손금이 있는 특정 법인 간의 거래를 통해 주주가 이익을 얻은 경우에는 그 이익 상당 금액을 주주의 증여재산가액으로 한다고 규정했고, 제2항은 그 이익의 계산방법을 대통령령에 위임했다.
앞서 서대문세무서 등은 H사 대표인 고 이필호 회장이 2011년 4월 다른 회사 주식 122만4000주를 H사에 무상으로 증여하자 2013년 8월 이 회사 주주인 이씨 등 2명에게 각각 7793만여원과 1573만여원의 증여세를 부과했다. 이씨 등은 이에 반발해 그해 10월 국세청에 심사청구를 냈지만, 거부당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개정 법률 조항은 대통령령이 정한 금액을 증여이익으로 간주하는 내용의 규정으로서 주주가 얻은 이익의 계산뿐만 아니라 어떠한 경우에 주주가 이익을 얻은 것으로 볼 것인지에 관해서도 이 사건 시행령 조항에 위임했으므로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은 개정 법률 조항의 위임에 의해 제정된 적법한 것"이라면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