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유치원 통학차량 운전기사와 인솔차 동승한 보육교사, 당직 보육교사가 원생들의 출석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한여름 차량에 갇혀 있던 원생이 열사병과 산소부족으로 뇌손상을 입었다면 누구의 책임일까.
이런 경우에는 세사람 모두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26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유치원 통학버스 운전기사 임모씨와 주임교사 이모씨 등에 대한 상고심에서 금고 6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이씨는 피해자의 출석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과실 그 자체는 인정하지만, 동승한 보육교사로부터 피해자를 현실적으로 인수인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자기에게는 사고의 결정적인 책임이 없다며 피고인 임씨와 동승 보육교사에게 책임을 돌리지만 이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분업을 하는 경우 각자의 과실이 피해자 상해의 본질적인 원인이 됐다면 분업자들 각자가 그 과실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며 "여러 명이 관여하는 분업적 사무에서 비록 자신에게 과실이 있지만 다른 관여자도 과실을 범할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는 과실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임씨는 지난해 7월29일 오전 9시쯤 원생들을 유치원 통학버스에 태우고 유치원에 도착한 뒤 버스 안에 남겨진 원생이 있는지 제대로 살피지 않고 버스 문을 잠갔다. 그러나 그 안에는 원생 A군(당시 4세)이 내리지 않고 있었다. 동승한 보육교사 정모씨도 A군이 버스 안에 있는지 알아채지 못했다.
당직교사이자 주임교사인 이씨 역시 임씨나 정씨에게 원생들이 모두 출석했는지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A군이 출석한 것으로 잘못 알고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이러는 사이 오후가 되면서 버스 안은 영상 42도까지 올라갔고 그 안에 방치돼있던 A군은 과도한 열노출로 인한 열사병과 무산소성 뇌손상 등을 입었다. A군은 그날 오후 4시40분에 탈진한 상태로 발견됐다. 검찰은 이씨와 임씨, 정씨 등 3명을 모두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했다.
1, 2심은 "임씨에게는 통학버스 운전기사로서 운행 종료시 버스 안에 남아 있는 원생이 있는지 확인할 업무상 주의의무, 인솔을 맡았던 정씨도 원생들의 승하차 여부를 확인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 이씨에게는 유치원 주임교사 및 당직교사로서 방학기간 동안 등원을 희망한 원생들의 토대로 원생들의 통학버스 탑승과 출석 여부를 정확히 확인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각각 있었지만, 모두 이를 다하지 않았다"며 임씨에게는 금고 6개월, 정씨는 금고 8개월, 이씨에게는 금고 5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이에 정씨를 제외하고 이씨와 임씨가 상고했으며, 검사도 함께 상고했다.
피해자인 A군이 다니던 유치원 통학버스가 광주 광산구 한 아파트 대로변에 주차돼 있다. A군은 지난해 7월 같은 종류의 버스 안에서 8시간 동안 갇혀 있다가 뇌손상을 입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