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 존재를 인지한 시점이 다시 재판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진동) 심리로 27일 열린 이 부회장 등에 대한 8차 공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삼성 측이 늦어도 2015년 7월 이전에 정씨 존재를 인지했다고 주장하며, 비진술증거인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의 문자메시지 내역과 출장 일정표 등을 공개했다.
특검 측은 “박 전 사장은 2015년 7월 26일 ‘독일에서 체류하는 곳으로 찾아간다고 하고 정유연(정씨 개명 전 이름) 훈련도 보고 관련 컨설팅 회사도 같이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일정을 만들어 달라고 하세요’라는 문자를 보냈다”며 “독일에 있는 최씨 측근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를 만나기 전부터 이미 정씨 존재를 알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변호인 측은 이에 “박 전 사장은 전날 김종찬 당시 승마협회 전무로부터 박원오가 독일에서 컨설팅 회사를 통해 정유라 승마훈련을 지원하고 올림픽 계획의 일환이라는 내용을 들었다”며 “박 전 사장 입장에서는 훈련 모습을 보고 컨설팅 회사를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문자를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검 측은 또 박 전 사장이 김 전 전무를 통해 박 전 전무의 핸드폰 번호를 받고, 7월24일쯤 일정에 없던 독일 프랑크프루트 비행기 표를 알아본 내용이 담긴 문자 메시지도 공개했다. 실제로 박 전 사장은 3일 뒤인 7월 27일 독일로 출국한 것으로 드러났다.
변호인 측은 “박 전무를 만나려 독일로 간 것이 아니라 7월26일부터 8월 2일까지 아시아승마협회 회장선거와 관련해 해외 출장이 예정돼 있었다”며 “선거 수립 계획에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받자는 생각이었으며, 출국 이전에는 박 전 전무나 최씨의 영향력을 알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변호인 측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의 2차 독대인 2015년 7월 25일 정씨 승마지원에 대한 질책을 받은 뒤 적극 지원에 나섰기 때문에 이전에는 정씨의 존재를 몰랐다고 설명한다. 특검 측은 삼성이 지원에 소홀했던 것은 정씨 존재를 몰라서가 아니라, 정씨가 임신 중이어서 지원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 측은 정씨에 대한 지원은 대가를 바라고 공여한 뇌물이 아니라 박 전 대통령의 강요로 이뤄졌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이 지난 13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2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