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네트워크 관리센터에서 운영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SK의 'ICT 융합' 전략에 속도가 붙었다. SK텔레콤은 화학·해운·반도체 분야에 최적화된 빅데이터 솔루션을 개발했다. 그룹 계열사에 적용해 전사적 시너지를 높이는 중이다. 솔루션을 해당 산업 전반으로 사업화하는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13일 “빅데이터 솔루션을 실제 서비스 단계에 적용하면서 단점을 보완하고 고도화하는 작업을 거치는 중”이라며 “압도적 기술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관계자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최근 SK이노베이션, SK해운, SK하이닉스 등 계열사의 사업 현장에 빅데이터 처리 기술을 적용해 가시적 성과를 거뒀다. 이를 바탕으로 사업화 작업도 속도를 낸다.
석유화학 분야에는 원심압축기의 고장예측 모델이 적용됐다. 원심압축기는 크기나 구동계 등 부대설비를 고려하면 이중 설치가 어렵다. 따라서 고장이 나면 치명적이다. 고장 원인이 될 수 있는 데이터를 수집해 언제, 어떤 부분에서 고장이 날지 예측할 수 있도록 했으며, 과거 통계기법보다 훨씬 나은 성과를 얻었다. 압축기를 사용하는 정유, 석유화학, 발전 등의 폭넓은 산업군에서 서비스가 가능하다.
보일러 운전을 최적화하는 솔루션도 개발에 성공했다. 생산공정에 필요한 스팀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면서도, 유해가스는 규제 기준 이상 배출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기술이다. 보일러는 거의 대부분의 제조 공정에 사용돼 시장이 넓다. SK텔레콤은 서비스의 사업화를 위해 O/M(운영 및 정비) 툴을 개발 중이다.
해운 분야에서는 빅데이터 분석으로 선박의 최적 운영조건을 도출했다. SK해운의 운항 데이터를 바탕으로, 선박이 목적지로 갈 때 어떤 조건에서 운항해야 유류비를 최소화하면서 기한 내 도착 가능한지 예측하는 모형이다. 시뮬레이션 결과는 SK해운의 실제 운항에 적용, 테스트를 거친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웨이퍼 레시피 제작기간을 줄였다. SK텔레콤은 빠른 데이터 분석환경을 제공해 평균 40분이 소요됐던 제작과정을 최대 2분까지 단축시켰다. 빅데이터 처리를 위한 소프트웨어(SW)나 분석 시간을 단축시킬 솔루션 사업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웨이퍼를 완성하기 전 미리 불량 유무를 확인하고 싶은 제조사의 니즈도 있다. 이를 위해 10조개 단위의 셀을 빠른 시간 내 미세 분석하는 기술도 개발했다. 이 또한 상품화를 고려 중이다.
그룹의 ICT 융합 성장전략이 SK텔레콤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탄력 받는 모습이다. SK텔레콤은 동부화재와 협력해 이미 보험영역에서 빅데이터 기술을 상업화했다. 급발진이나 급가속 등 운전자의 패턴을 분석해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B2B 영역까지 확장하면 그룹 내 제조 계열사와 막강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최태원 회장이 올해 경영방침으로 정한 비즈니스 모델 혁신의 ‘딥체인지’와 맥을 같이 한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기존 출혈경쟁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새로운 ICT 산업 생태계 조성에만 5조원을 쓰겠다며 변신을 선언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