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다음달 전문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비상장 주식거래시장인 ‘K-OTC PRO’가 개설된다. 크라우드펀딩 업계에서는 창업기업의 자금조달 창구가 증가하는 점에서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기존 한국거래소 스타트업 마켓(KSM)이나 K-OTC의 사례와 같이 활성화가 되지 못한채 플랫폼만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OTC PRO는 7월초까지 시스템 테스트를 진행한 후 7월 중순 출범할 예정이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2014년부터 일반투자자의 참여가 가능한 장외주식 플랫폼인 K-OTC 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금투협은 최근 4차산업혁명 분야 등 혁신기술 기반 기업의 성장지원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는 시점에서 사적자본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거래종목에 제한이 없는 전문가(전문투자자, 기관투자자) 대상의 K-OTC PRO의 개설을 추진해왔다.
다만 크라우드펀딩 업계에서는 비슷한 취지로 마련된 K-OTC, K-OTC BB나 KSM이 활성화되지 못한 상황에서 K-OTC PRO 개설은 장외거래 플랫폼만 늘어나는데 불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A업체 관계자는 “작년 1월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이 개설된 후 KOTC BB에서 거래가 부진하자 금융당국에서는 크라우드펀딩을 활성화한다는 취지에서 작년 11월 KSM을 개설했다”면서 “현재 KSM도 제대로 안착하지 못한 상황에서 또다른 플랫폼의 출범이 큰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실제로 7개월 동안 KSM에서 거래가 이뤄진 종목은 셈스게임즈, 모헤닉게라지스 두 종목에 불과했다. 셈스게임즈는 작년 12월15일~16일 이틀간 108만원 규모의 거래가 이뤄졌다. 올해 4월부터는 크라우드펀딩 기업에 적용되는 1년간 보호예수 규정을 KSM에서 거래되는 종목에 한해 예외를 적용했지만 이후 거래가 성사된 종목은 모헤닉게라지스 한 종목에 그쳤다.
크라우드펀딩 성공금액은 올해 1월 9억2000억원에서 5월 20억8000억원으로 급증했지만 실적 상승세가 거래 활성화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또한 K-OTC PRO가 출범하더라도 기대하는 만큼의 거래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왔다.
B업체 관계자는 “전문투자자나 기관투자자가 K-OTC PRO에서 투자를 하려면 수익이 날 수 있다는 판단이 들어야 한다”면서 “비상장 주식에 대한 투자확신이 들지 않는 상황에다가 최근 국내 주식시장의 강세로 투자매력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거래시장을 개설하는 취지는 좋지만 그동안 개설 이후 플랫폼에 대한 지속적인 조치나 관리가 부족하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분위기”라면서 “크라우드펀딩 기업들의 거래가 부진한 건 전문투자자나 기관투자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거래 플랫폼이 없어서가 아니라 아직 시장여건이 활성화로 이어지기에 충분하기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도 “크라우드펀딩 업계에서는 물론 K-OTC PRO의 활성화를 기대한다”면서도 “비상장 주식은 3년 이상 장기투자를 하는 경향이 있어 거래량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내달 중순 K-OTC PRO가 출범하는 가운데 크라우드펀딩 업계에서는 플랫폼만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사진은 이달 8일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출범기념식에서 개회사를 하는 모습. 사진/금융투자협회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