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뉴스토마토 이재영·박진아 기자] 사물인터넷(IoT) 기반이 다져졌다. 인공지능(AI)은 그 견인차다. IFA 2017을 돌아보면 이렇게 요약된다.
막연했던 IoT가 AI와 접목하면서 마침내 길을 찾았다. 사용자는 AI를 통해 IoT의 의미를 비로소 알게 됐다. AI는 산업 전 영역으로 뻗어나갔고, 이번 IFA는 이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AI와 관련되지 않는 부스를 찾기 힘들 정도. 특히 음성인식 AI가 IoT 플랫폼을 주도한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전시회는 IoT 제품이 대폭 늘었고, 거기에 보이스컨트롤(음성제어) 기능이 탑재된 것이 주요 특징”이라고 정리했다.
LG전자 공항청소로봇. 사진/뉴스토마토
주도권 싸움은 생태계 경쟁에서 시작됐다. 구글의 어시스턴트, 아마존의 알렉사, 마이크로소프트(MS)의 코타나 등 AI 비서들은 스마트폰을 넘어 스피커, 냉장고, 전등, 카메라, 공기청정기 등으로 영역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사용자가 늘어나면 경험과 학습도 그에 비례해 축적, 지능이 향상된다. 선두는 구글과 아마존으로 압축된다. 두 곳과 손을 잡지 않은 메이저 가전업체가 드물 정도다. 빅스비가 있는 삼성조차 계열사인 하만이 어시스턴트, 알렉사를 탑재한 스피커를 내놨다. LG전자도 어시스턴트에 이어 자사 가전제품의 알렉사 연동을 IFA에서 발표했다. AI 스피커 구글 홈은 지난해 출시돼 경쟁작인 아마존의 에코보다 출발이 2년 늦다. 하지만 구글의 막강한 데이터베이스를 고려하면 언제 뒤집힐지 모른다. 업계 관계자는 “한 번 균형이 무너지면 1위를 쫓기 힘든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음성인식의 소용돌이 속에 향후 AI 트렌드에도 관심이 쏠린다. 공간지각, 동작인식, 얼굴인식, 생체인식 등 다양한 AI 기술들이 차기 주자의 후보군이다. 음성인식으로 차별화가 어려워지면 다음 수단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 세탁기 관리 시스템이나 LG전자의 스마트 진단 시스템이 돋보인다”며 “향후 그런 방향으로 AI 클라우드 서비스가 활성화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LG전자의 OLED 터널. 사진/LG전자
V30 데뷔, OLED TV 진영 확장 등 LG는 이번 IFA에서 많은 것을 얻었다. OLED TV 제품 전시 업체가 지난해 8개에서 올해 13개로 늘었다. B&O가 LG전자와 협력해 신제품을 출시했고, 소니와 도시바도 가담했다. 사실상 LG전자 홀로 고군분투하던 과거와 비교하면 전열의 재정비다. 무엇보다 삼성전자를 누르고 독자 진영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LG전자는 차세대 TV전쟁의 주도권에서 앞서게 됐다. 패널 공급도 LG디스플레이가 유일하다. 이래저래 LG는 이득이다. OLED의 최대 수혜는 현실이 됐다.
이에 비해 QLED TV 전시는 삼성과 TCL, 하이센스 3곳에 그쳤다. 대신 삼성은 HDR10플러스로 차별화를 꾀했다. 미국 할리우드 스튜디오 20세기폭스, TV 제조사 파나소닉과 연합을 결성했다. 칼라리스트가 장면을 보면서 색과 휘도 조정을 하는 것이 메타 데이터인데, HDR10플러스가 이를 자동으로 조정한다. 시장은 “굉장히 흥미로운 기술”이라고 반응했다.
삼성전자 프레스 컨퍼런스. 사진/삼성전자
스마트폰은 신제품이 많지 않았다. 애플이 여전히 독자행보를 고집한 가운데, 중화권도 레노버 이외에는 신작 공개를 뒤로 미뤘다. 덕분에 삼성, LG, 소니 등 신작을 내놓은 업체들이 시선을 독점했다. 특히 V30은 LG디스플레이의 소형 OLED 기술이 더해지면서 관심이 쏠렸다. 소형 OLED는 중·대형과 달리 삼성디스플레이의 독무대다. 뉴욕 공개로 깜짝등장의 효과는 없었지만 갤럭시노트8도 출시 전인 신작이라, 진열대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전작의 배터리 발화 악몽은 깔끔하게 지운 모습이다.
스마트폰은 5.5인치 이상 대화면이 빅 트렌드로 자리했다. 여기에 화면을 꽉 채운 디자인이 차별화 포인트다. 삼성과 LG 외에 그런 디자인은 많지 않았다. 카메라는 듀얼카메라 채택이 늘었다. 기존의 LG와 새롭게 합류한 삼성 외에도 소니, 모토로라 등이 눈에 띈다. 삼성은 기어스포츠 등 웨어러블 신작으로 워치·밴드의 헬스케어 트렌드를 이어갔다.
독일 베를린=이재영·박진아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