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지난 10년간 국내 시가총액 상위 100대기업 가운데 40% 이상이 교체됐지만, 제조·금융 중심의 구조에는 큰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미국은 첨단 IT·서비스 중심의 기업들이 시총 상위로 약진하며 급속한 판도 변화를 이끈 것과 대조된다.
17일 CEO스코어가 2006년 3월말 대비 올해 9월5일 종가 기준으로 한국과 미국의 시총 100대기업 구성 변화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는 이 기간 41곳이 교체됐다. 같은 기간 미국은 43곳이 바뀌었다. 시총 100대기업의 교체율 자체는 거의 같은 수준이다.
하지만 시총 100대기업에 신규 진입한 기업들의 면모를 보면 차이가 확연하다. 미국의 경우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IT·전기전자 및 서비스 기업이 11곳이나 되는 반면, 한국은 6곳으로 절반에 그쳤다. 미국은 시총 4위인 페이스북을 비롯해 차터커뮤니케이션스(45위), 프라이스라인닷컴(50위), 어도비시스템즈(61위), 넷플릭스(63위), 페이팔(65위), 세일즈포스닷컴(72위), ATC(77위) 등 서비스 기업 8곳과 함께 엑센츄어(44위), 엔비디아(46위), 브로드컴(73위) 등 IT·전기전자 기업 3곳이 시총 100대기업에 새로 이름을 올렸다. 같은 기간 휴렛팩커드(HP), 모토로라 등 굴지의 제조사들은 시총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반면 한국은 SKC&C와 합병한 SK(14위)를 비롯해 넷마블게임즈(28위), 삼성SDS(30위), 카카오(36위), CJ E&M(89위) 등 서비스 기업 5곳과 전자부품 업체인 LG이노텍(66위)이 시총 100대 기업에 신규 진입한 게 전부였다.
범위를 좁혀 시총 상위 10대기업의 변화를 보면, 한미 간 격차는 더욱 두드러진다. 미국은 최근 10년간 6곳이 교체된 가운데, 신규 진입 기업은 시총 1위인 애플을 비롯해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JP모건체이스, 웰스파고 등이다. 2개 금융사를 제외한 4곳이 모두 4차 산업혁명과 직결된 ICT 기업이다. 반대로 한국은 신규 진입 기업이 LG화학, 네이버, 삼성물산, 현대모비스 등 4곳으로, 네이버를 제외하면 모두 전통 제조업이다. 잔류 6개 기업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IT·전기전자 업체지만 현대차, 포스코, 한국전력, 신한지주 등은 전통적 제조·금융사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