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국내 진출한 주요 외국계 기업들이 해외 본사에는 순이익의 50% 이상을 배당하고 있지만, 매출액 대비 기부금 비중은 극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진출한 주요 외국계 기업들이 순이익의 절반 이상을 해외 본사로 보내지만, 기부금 비중은 매우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뉴시스
22일 CEO스코어가 국내에 진출한 매출 1000억원 이상 유통·생활용품·식음료·자동차 업종 등 외국계 기업 101개사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이들의 평균 배당성향은 51.4%로 집계됐다. 반면 500대기업 중 외국계 기업을 제외한 같은 업종의 국내 기업 121곳의 평균 배당성향은 29.0%에 그쳤다. 배당성향은 기업이 당기순이익 중 주주에게 배당금으로 얼마나 지급했는지 보여주는 비율이다. 배당성향이 높으면 주주들에게 그만큼 많은 이익이 돌아간다.
외국계 기업 중 배당성향이 가장 높은 곳은 1264.5%를 기록한 볼보자동차코리아로 나타났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2억5300만원을 기록한 가운데, 배당금은 32억원에 달했다. 순이익의 13배에 가까운 금액을 본사에 배당한 것이다. 위스키 업체인 프랑스계 페르노리카코리아와 영국계 디아지오코리아의 지난해 배당성향도 각각 317.9%, 236.5%를 기록했다. 각각 순이익의 3배, 2배 이상에 달하는 규모다.
하지만 후한 배당에 비해 외국계 기업의 기부와 투자는 인색했다. 기부금이 공개된 외국계 기업 78곳의 지난해 매출액 대비 기부금 비중은 고작 0.06%에 그쳤다. 기부금을 공개한 국내 기업 85개사의 0.13%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매출액 대비 투자 비중도 외국계 99개사는 2.7%인 반면, 국내 90개사는 8.1%였다. 외국계의 매출액 대비 투자 비중 역시 국내 기업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일부 외국계 기업은 해외 대주주 배당 등을 공개하지 않기 위한 꼼수로 유한회사 형태로 운영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러한 기업들까지 포함하면 해외로 흘러나가는 외국계 기업의 배당금 규모는 훨씬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기부금이 공개된 외국계 기업 78개사 중 매출액 대비 기부금 비중이 0.1% 이하인 곳은 66개사로, 84.6%나 차지했다. 포르쉐코리아·동서유지·발렌티노코리아·비케이알·보테가베네타코리아·르크루제코리아·한국닛산·고세코리아 등의 기부금은 '제로(0)'였다. 아예 기부금을 공개하지 않은 곳도 많았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FRL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이 1조1822억원이었지만, 감사보고서상 기부금은 공란이었다. 그 외 볼보자동차코리아, 불가리코리아, 몽클레르신세계, 베르사체코리아, 자라리테일코리아,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리바이스트라우스코리아 등 많은 외국계 기업이 기부금을 공개하지 않았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