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국내 주요 그룹의 총수일가가 대출을 위해 금융기관 등에 담보로 제공한 계열사 주식 가치가 12조6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담보 설정 비중도 1년 전보다 2%포인트 이상 오른 11%에 가까웠다.
(이미지제작=뉴스토마토)
25일 CEO스코어가 총수가 있는 국내 100대 그룹 중 상장 계열사를 보유한 89개 그룹 총수일가 704명의 주식 담보 현황을 조사한 결과, 9월 말 현재 47개 그룹 총수일가 164명이 주식을 담보로 제공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일가 4명 가운데 1명이 주식을 담보로 제공한 셈으로, 담보 가치는 12조6379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보유주식 가치(117조5968억원)의 10.7%에 해당하는 규모로, 1년 전에 비해 2.1%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자녀 세대의 주식 담보 비율은 15.2%로 부모 세대(8.7%)의 2배 수준에 달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자녀 세대의 증가폭은 3.5%포인트나 높아져 부모 세대(1.7%포인트)의 2배를 넘었다. 증여 및 경영권 승계 등을 위한 자금 마련 목적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그룹별로는 두산의 총수일가 주식 담보 비율이 93.7%로 유일하게 90%를 넘었다. 총수일가 33명 중 15명이 주식을 담보로 제공했으며, 이중 13명은 담보 비율이 90%를 넘었다. 2위는 금호석유화학으로 85.6%를 기록했다. 효성(74.6%)·동부(73.7%)·현대(70.7%)는 70%대, KTB투자증권(64.2%)은 60%대에 속했다. 한진(56.6%)·유진(56.4%)·한화(52.1%)·다우키움(51.0%)도 주식 담보 비중이 50%를 넘었다.
반면 현대차, 현대중공업, 신세계, 대림, 금호아시아나 등 42개 그룹은 총수일가가 계열사 보유 주식을 단 1주도 담보로 제공하지 않았다. 삼성은 총수일가 주식 담보 비율이 0.2%에 불과해 주식을 담보로 제공한 그룹 중에서 가장 낮았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1.8%)과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1.1%)만 주식을 담보로 제공했을 뿐 이건희 회장, 이재용 부회장 등은 담보로 잡힌 주식이 1주도 없었다.
개인별로는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 배우자인 신연균씨와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상무,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허동섭 한일시멘트 명예회장 자녀인 서연·서희씨, 정몽진 KCC 회장 장녀 재림씨 등 6명의 보유주식 담보 비율이 100%였다. 이중 신연균씨만 부모 세대이며, 나머지 5명은 모두 자녀 세대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