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사장단 인사와 자사주 정책 등 '삼성 빅뱅'이 예고됐다. 인사는 이재용 부회장 친정체제 구축, 자사주 계획은 지배력 강화 일환으로 방점의 끝은 이 부회장이 그리는 '뉴 삼성'이다. 삼성 관계자는 "옥중경영은 시작됐다"고 말했다. 부친 세대와의 동거도 끝났음을 의미한다.
삼성전자는 오는 31일 이사회를 열고 권오현 부회장(대표이사) 후임자 선정에 나선다. 자사주 매입 후 소각 등 추가 주주환원 정책도 발표될 예정이다. 인사는 사장단이 대거 교체되는 속에 이 부회장 측근들이 전면 배치될 것으로 전해졌다. 권 부회장 후임으로 김기남, 전동수, 전영현 사장 등이 거론되는 가운데 예기치 못한 세대교체 바람이 불 수도 있다. 미래전략실을 대신할 컨트롤타워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이상훈 경영지원실장과 정현호 전 미전실 인사팀장 이름이 오르내리는 가운데 미전실 부활로 비칠까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도 비친다.
자사주 정책도 딜레마다. 자사주 취득은 주주환원과 함께 경영권 방어 효과가 있다. 삼성은 과거 삼성물산 자사주를 KCC에 매각, 의결권을 되살리면서 통합 삼성물산 출범의 탯줄로 사용했다. 다만 논란의 불씨로 작용하면서 이른바 '자사주 마법'의 재연은 어려워졌다. 국회의 입법 움직임도 부담이다. 재계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을 포기하고 자사주 3자 매각도 막힌 상황에선 (자사주)소각만이 삼성일가의 유일한 경영권 방어 수단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자사주 매입 효과는 표면적으로 긍정적이다. 총수일가는 지분이 늘었으며, 외부주주가 되살 수 있는 주식 총량은 줄었고 주가 상승으로 매입 비용은 높아져 경영권 방어가 용이해졌다. 지분 확대로 총수일가에 대한 배당 여력도 커졌다. 미래에셋대우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15년 11월부터 대규모 자사주 정책을 시작해 2017년 9월까지 83.3%의 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주체별 순매수 금액을 보면, 기관 -4조2000억원, 외국인 -8조9000억원, 개인 -1조8000억원인 반면, 자사주 매입 13조8000억원이었다. 2014년 말 기준 삼성전자 지분율은 이건희 회장 3.38%, 이 부회장 0.57%,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장 0.74%,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17.64%를 기록했다. 2017년 반기 말에는 각각 3.82%, 0.64%, 0.83%, 19.86%로 변화됐다.
자사주 취득은 그러나 사업투자 재원이 낭비된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다. 2012년 상법 개정 이전에는 '자본충실'의 이유로 기업의 자사주 매입이 금지됐었다. 기업이 유보금을 쌓아둔 채 투자나 인건비(고용)가 아닌 주주이익(배당)에만 편중하면서 정부는 기업소득환류세제 폐지 등 세제 개편에도 나서고 있다.
호실적과 더불어 자사주 정책에 치솟은 주가는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보유지분 부담도 늘렸다. 향후 금산분리 압박이 가중될 경우 리스크로 작동할 수 있다. 금융그룹 통합감독시스템, 보험업법 개정안, 순환출자 규제 등 삼성생명의 전자 지분 해소 이슈가 산재해 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