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대학병원에서 양성간질(뇌전증)로 진단된 환자가 한방치료를 희망해 상담을 요청해왔다. 자녀가 두 차례 수면 중 경련이 있어 뇌파검사를 하니 ‘양성간질’로 매우 양호한 경과를 보이는 뇌전증으로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첫 번째 진단한 대학병원에서는 경과도 좋고 위험한 간질이 아니니 항경련제 복용 여부는 부모가 선택하라고 했다. 그런데 또 다른 유명 대학병원의 교수를 찾아 뇌파를 보여주니 당연하다는 듯 항경련제를 처방했다고 한다.
부모는 당황하며 치료제도 아닌데 왜 항경련제를 처방하는지를 물었다고 했다. 그러자 담당의사는 경련이 억제되어야 시간이 지나서 뇌파가 진정된다고 말했다 한다. 유명한 두 대학의 교수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니 부모는 더 혼란스러워 했다. 그러면서 한방치료를 포기하고 항경련제를 복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필자는 다음과 같이 명확히 답했다. “항경련제는 간질치료제가 아닙니다. 항경련제를 복용해도 뇌전증의 자연경과를 변화시키지 못합니다. 대부분의 항경련제는 뇌파를 인위적으로 안정시키지도 못합니다. 치료제가 아니라 단순 억제제이기 때문입니다.”
아이의 소아간질 증상이 양성 간질임에도 불구하고 항경련제를 복용해야만 뇌파가 소실될 것이라 말한 교수는 명백히 과잉진료를 한 것이다.
필자는 아이 부모의 이해를 돕기 위해 책 ‘임상간질학(대한간질학회편)’의 162쪽 양성간질 파트 부분을 펼쳐 읽어 주었다.
“과거에는 이 질환이 보이는 양성 경과를 알지 못했기 때문에 일생 동안 치료를 권유했으나 최근에는 한 번의 발작이 있거나 발작의 빈도나 정도가 약할 경우에는 치료를 권유하지 않는다,.(중략)...약물 투여의 시작이나 기간은 가족과 상의하여 결정하는 것이 좋다.”
이 내용은 항경련제가 필수적으로 사용돼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뇌전증 증상으로 일상에 지장이 큰 경우라면 부득이하게 사용할 수는 있지만 의학적으로 필수는 아니라는 의미다. 그러므로 항경련제 사용을 의사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부모와 상의해서 부모가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다. 의학적으로 필수라면 부모에게 선택권을 돌릴 이유가 없다.
다시 정리해보자. 항경련제는 뇌전증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치료제가 아니다. 단지 경련을 억제할 뿐이다. 그러므로 아주 제한된 경우에만 사용되어야 한다.
◇ 김문주 아이토마토한의원 대표원장
- 연세대학교 생명공학 졸업
- 가천대학교 한의학과 졸업
- (현)한의학 발전을 위한 열린포럼 운영위원
- (현)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부원장
- (현)토마토아동발달연구소 자문의
- (전)한의사협회 보험약무이사
- (전)한의사협회 보험위원
- (전)자연인 한의원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