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뇌전증 편견 벗기(1) - 간질이란 병명을 숨기는 환자들

(의학전문기자단)김문주 아이토마토한의원 대표원장

입력 : 2017-09-08 오전 6:00:00
뇌전증(간질)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대부분은 날카로운 태도를 보인다. 특히 소아간질 환아의 부모들은 심각한 정도의 민감성을 보인다. 대부분은 아이 앞에서 경련 증세를 설명하기 꺼려하며 심한 경우 의료기록에 남기지 말아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까지도 있다. 아예 진료 전부터 특별한 요청을 넣어 아이가 자신의 병명을 모르게 해달라는 경우도 흔하다.
 
아주 심한 경우는 사회적으로 고립된 은둔형 외톨이인 히기고모리를 자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현상은 특히나 경련 조절이 잘 안되는 성인 여성들에게 심하다. 자신이 뇌전증 환자인데 어떻게 이성을 사귀고 결혼을 하겠냐며 독신으로 늙어 가게 된다. 혹시나 친구나 친척들 앞에서 경련하는 모습을 보일까봐 친지와의 교류를 끊고 지내는 경우도 흔하다.
 
간질이라는 병명이 주는 부정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 뇌전증이라는 병명으로 바꾸었지만 환자들의 부정적 인식은 여전하다. 병명 바꾸는 것만이 아니라 뇌전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반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사회적 편견에 변화가 있어야만 고립을 자처하는 환자들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뇌전증에 대한 편견의 변화는 불가능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 축구스타 베컴의 둘째 아들이 뇌전증을 앓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 사실 자체도 언론에 베컴이 스스로 공표하며 알려진 것이다. 한국의 부모들같이 감추는 것이 아니라 공개하고 기자들의 협조를 구한 것이다.
 
간질, 뇌전증이 구제불능의 심각한 천형인 듯 여기는 사회라면 베컴과 같은 행동은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유럽이나 서구에서는 동양사회보다 편견이 적어 보인다. 학교에서도 친구들 중 누가 알러지가 심하고 누가 경련이 심한지 잘 알고 지낸다. 교사들도 잘 알고 아이의 경련이 유발되지 않도록 배려하는 분위기가 대부분이다.
 
병명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편견이 바뀌어야 병명을 숨기는 환자들이 줄어든다. 그리고 고립되어 가는 뇌전증 환자들이 우리사회의 일원으로 복귀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김문주 아이토마토한의원 대표원장
 
- 연세대학교 생명공학과 졸업
- 가천대학교 한의학과 졸업
- (전)한의사협회 보험약무이사
- (전)한의사협회 보험위원
- (현)한의학 발전을 위한 열린포럼 운영위원
- (현)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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