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저축은행의 최대주주 지분율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부실 가능성이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예금보험공사의 ‘금융안정연구’ 제18권 2호에 실린 ‘저축은행의 소유구조와 부실 위험에 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부실 가능성은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높아질수록 하락하다가 적정 수준(52~57%)을 지나면서 상승 전환하는 U자 형태의 곡선을 그렸다.
이번 연구에는 김학건 충북대 경영대학 교수, 박광우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대학 교수, 오승곤 예금보험공사 실증연구팀장이 참여했으며,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당시 파산한 30개 저축은행 데이터를 통해 저축은행의 소유지배구조와 저축은행 부실 관계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적정 수준까지의 최대주주 지분율 증가는 저축은행의 부실 가능성을 낮추는 효과가 있으나, 최대주주가 적정 수준 이상의 지분을 보유할 경우 오히려 저축은행의 부실 가능성이 증가함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는 최대주주를 중심으로 매우 집중된 소유구조를 가진 저축은행의 경우 경영 의사결정에 있어서 최대주주의 영향력이 과도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이러한 집중된 의사결정 구조에서 만약 최대주주가 자신의 사적 이익을 위해 의사결정을 할 경우 저축은행의 부실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부연했다.
특히 최고경영자가 최대주주인 경우에는 보유 지분율이 높아질수록 저축은행 부실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증가했다. 연구진은 “저축은행 부실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최대주주의 지분율을 가급적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과도한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가 대표이사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지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대안으로는 건전경영을 유도하기 위해 최대주주의 과도한 지분 보유를 제한하고, 연기금이나 공제회 등 공적인 투자기관의 저축은행 지분 참여 확대를 통해 견제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외부 회계법인의 감사 품질을 강화하고 부실감사의 책임을 묻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형회계법인의 감사를 받는 저축은행에서는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부실 가능성에 미치는 영향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 사외이사의 유무는 저축은행의 부실 가능성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지난 2011년 9월7일 '부산저축은행 5000만원 미만 예금자 모임'의 회원 300여명이 부산 동구 부산저축은행 본점 앞에서 부산저축은행 비상대책위 해체와 조속한 재산실사를 통한 매각 진행을 촉구하는 집회에 참석해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