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정부가 추진 중인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직)에 대한 사회보험 가입 및 노동3권 보호 입법을 둘러싸고 보험업계 내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는 보험설계사 당사자들이 고용보험 의무가입 등을 원치 않고 각 보험사의 사회보험료 부담이 늘어난다는 이유로 특수고용직 정책에 반대하고 있다. 반면 보험설계사들은 일치된 의견이 없다. 대다수의 보험설계사가 침묵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 업계 주장의 진위와 의도를 놓고 대립 중이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런 상황은 고용노동부가 특수고용직의 노동권을 보호하라는 국민인권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키로 한 지난해 10월부터 계속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진전된 것이 없다.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당분간 지금 상태가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의 특수고용직 정책에 대한 보험설계사들의 입장은 소득 등에 따라 갈린다. 다만 의견이 어느 한 쪽으로 모아지진 않는다. 한 생명보험사 소속 보험설계사는 “사실 고용보험 확대를 반기는 설계사들도 많다. 하지만 고소득 설계사들은 관행적으로 소득의 상당부분을 필요경비로 처리해왔는데 고용보험에 가입하면 경비가 포함된 총소득이 노출된다든가 소득세가 늘어날 것을 우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설계사는 “고용보험 의무가입에 대해선 반대 기류가 강한 게 사실인데, 가입 여부를 본인이 선택할 수 있게 한다면 굳이 반대할 이유도 없다”며 “노동조합 설립에 대해선 대다수가 관심이 없기 때문에 특별히 반대할 것도, 찬성할 것도 없다”고 설명했다. “보험료가 합리적이고 계약상 불이익만 없다면 고용보험이든, 노조든 가입할 용의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는 ‘당사자들이 원치 않는다’는 점을 내세워 특수고용직 정책에 반대하고 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보험업계도 특수고용직 정책에 부정적이다. 특수고용직의 사회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면 업계의 노무비가 급증하고, 노동3권이 인정되면 수수료가 인상되는 등 교섭 과정에서 위촉계약 조건이 보험설계사에 유리하게 변경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룹 차원에서 무노조 원칙이 유지돼온 삼성 금융계열사(생명·화재)는 노동권 인정 문제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 수감으로 오너 리스크가 커진 상황에서 특수계약 신분의 보험설계사들로 인해 자칫 조직의 질서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다른 보험사들은 사실 보험료 부담이 가장 큰 골칫거리지만, 삼성생명·화재에서는 노조 설립 여부가 가장 예민한 이슈일 것”이라며 “보험설계사들의 업무가 워낙 개인사업자와 유사해 실제로 노조를 만들지는 모르겠지만,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 자체가 부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9월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이정미(왼쪽 네번째) 정의당 대표가 기자회견을 열고 보험설계사 및 특수고용노동자 노동3권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