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증 아동의 미각이나 구강감각의 이상은 언어발달과도 민감하게 연결된 문제로 중요성을 지닌다. 필자가 보았던 아이들은 대체로 두 가지로 나뉜다. 성장 과정에서 무엇이든 입으로 가져가 아무거나 삼키는 유형이 첫 번째다. 이런 경우 이물질이 기도를 막는 위험한 상황이 초래되기도 하기에 양육과 관리에 매우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반대로 입에 물건을 넣는 장난조차 시도하지 않는 아이들도 있다. 이런 아동은 조심스러운 성격이라 평가되지만 정작 다른 문제를 품고 있다.
아무거나 입에 넣으려고 시도하는 아이들은 구강감각이 매우 과둔한 상태다. 더불어 미각도 함께 둔해져 있다. 그러므로 이물질이 구강을 자극할 때 이물감 자체를 못 느끼거나 불쾌감을 아주 적게 느끼는 것이다. 그러므로 무엇이든 입에 넣는 아이의 행동은 구강 내에 이물 감각을 강화해서 구강감각 각성과 강화를 시도하려는 행위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아동들은 편식을 거의 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어린아이답지 않게 매운 음식도 매우 잘 먹어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도 한다. 맛 자체에 둔한 상태이기 때문에 음식을 가릴 이유가 없는 것이다. 아이가 아무거나 잘 먹는다고 안심만 할 것이 아니라 구강 상태를 확인해봐야 한다. 무엇이든 혀로 핥는 아이들, 물건에 침을 바르는 아이들 모두 구강감각이 과둔한 유형이다. 이런 특징을 보이는 자폐 아동은 발달과정에서 언어발달상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게 된다.
언어란 구강 내의 상태를 감각하고 혀의 움직임을 조작하여 발성을 하는 과정이다. 그러므로 구강 내의 감각과 혀의 감각 상태는 언어를 형성하는 기초 감각이 된다. 구강 내 감각이 둔한 자폐 아동들은 사회성이 발달해도 발화를 안 하는 무발화인 경우가 많다.
역으로 구강감각이 과민한 아동들은 주로 미각의 민감성으로 표현한다. 편식이 심한 아이들이 이에 속한다.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들이 보여주는 편식 현상은 특정한 맛을 추구하는 행위와는 구별된다. 음식마다 가지고 있는 질감에 이상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즉 딱딱하거나 바삭한 것은 잘 먹는데 물컹한 것은 잘 못 먹는 아이들, 반대로 물컹한 것은 잘 먹는데 바삭하거나 딱딱한 것을 잘 못 먹는 아이들로 크게 나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필자가 보았던 경우 중 가장 심각한 아이는 밥을 못 먹는 상태였다. 쌀로 된 밥알이 혀에 닿기만 하면 구토를 하며 격렬하게 거부했다. 몇 년째 초콜릿이나 과일류로 영양섭취를 대신하고 있었다. 부모가 아이의 습관을 바꿔보기 위하여 며칠을 굶겨 보기도 했지만 모두 허사였다고 한다. 이렇게 편식이 심한 스타일의 아이들에게서는 언어를 형성하는 구강감각상의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 따라서 심각한 무발화의 장애도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다양한 음식을 경험하지 못하는 것은 아동의 감각 경험과 통합작용을 방해하게 된다.
음식을 먹는 행위는 음식의 냄새를 맡는 후각작용, 음식을 바라보는 시각작용, 구강감각, 그리고 음식을 만지는 촉각까지 포함된 매우 통합적인 감각 활성화 과정이다. 특히나 후각이 매개된 경우 뇌신경에 직접 연결되어 감각 활동이 인지발달로 연결되는 특징을 가진다. 그러므로 심한 편식 습관은 아동의 사회성발달의 이상과 더불어 인지발달의 장애를 유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 위 칼럼은 필자의 저서 《자폐, 이겨낼 수 있어》의 내용 일부를 수정 편집한 것임.
◇ 김문주 아이토마토한의원 대표원장
- 연세대학교 생명공학 졸업
- 가천대학교 한의학과 졸업
- (현)한의학 발전을 위한 열린포럼 운영위원
- (현)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부원장
- (현)토마토아동발달연구소 자문의
- (전)한의사협회 보험약무이사
- (전)한의사협회 보험위원
- (전)자연인 한의원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