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자폐증과 감각처리장애(2) - 자폐아동 이상행동은 ‘이상감각’의 결과

(의학전문기자단)김문주 아이토마토한의원 대표원장

입력 : 2017-12-09 오전 9:34:00
자폐증에서 나타나는 여러 이상행동들은 모두 이상감각의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이상행동이라는 표현은 일반인들의 행동 양식을 기준으로 예단한 용어일 뿐이다. 자폐스펙트럼 장애인들의 감각을 기준으로는 너무도 당연한 행동 양식일 가능성이 높다. 이 문제를 바르게 이해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자폐증 자체를 진심으로 이해하며 접근할 수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자폐스펙트럼장애에서 나타나는 중요 현상 중 하나인 동일성의 고집 역시 감각적인 이상에 기초한 행동의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DSM-5에서는 정해져 있는 동일한 길로 가거나 동일한 음식을 먹으려는 비정상적인 집착 행동을 동일성에 대한 집착으로 이해하고 있다. 자폐증에서 이런 현상은 감각의 복합처리에 어려움을 겪는 현상 또는 감각 과민성의 결과일 것이다. 동일한 경로의 길을 고집하는 것은 감각의 복합처리 능력의 결여로 나타나는 행동일 가능성이 높다.
 
어떤 경로의 길을 간다는 것은 길을 보는 시각적인 처리와 더불어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을 지각하여 결합시키고 그것에 맞게 고유수용성감각과 전정감각을 동원하는 것이다. 이런 복잡한 감각 통합과정을 거쳐 하나의 길을 걷게 된다. 감각통합 능력이 떨어지는 자폐증에서 이와 같이 하나의 길을 보행해서 지나가는 경험은 아주 힘든 과정이다. 자폐스펙트럼 아동에게 새로운 길을 걷는다는 것은 재차 감각적인 경험을 해야 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감각을 통합해야 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따라서 자폐스펙트럼 아동이 한 가지 길을 고집하는 것은 집착이나 강박감이 아니라 매우 효과적인 삶의 방식이다.
 
또 다른 예를 살펴보자. 동일 음식에 대한 집착은 미각의 과민성이 원인이다. 미각이 극도로 민감한 경우 경험하지 못한 음식이 혀에 주는 자극은 견디기 힘든 고통으로 작용한다. 심한 경우 새로운 음식과의 접촉과 거기서 오는 자극이 곧바로 거부감을 극대화해 구토감을 유발하기도 한다. 특정 물건에 대한 집착은 그 물건이 주는 감각이 정신적인 안정감을 주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세상이 주는 감각이 너무 많고 다양하여 힘든 경우, 본인이 가장 편한 상태의 감각적 상태로 들어가 안정감을 회복하는 것이다.
 
결국 사람들이 말하는 자폐증의 이상행동은 모두 이상감각에서 나타나는 매우 합리적인 행동이다. 이를 이해한다면 자폐증에서의 이상감각은 단지 자폐진단의 한 가지 잣대만이 아니라 본질적인 중요성을 지닌다. 자폐증의 행동 양식이 등장하기 전에 근본 원인으로 감각이상 상태가 등장해 있는 것을 우리가 미쳐 다 이해를 못하는 것이다. 이를 알게 된다면 자폐증의 근본 원인이 감각처리장애에서 기인한다는 것을 당연하게 알 수 있다.
 
※ 위 칼럼은 필자의 저서 《자폐, 이겨낼 수 있어》의 내용 일부를 수정 편집한 것임.
 
 
◇ 김문주 아이토마토한의원 대표원장
 
- 연세대학교 생명공학 졸업
- 가천대학교 한의학과 졸업
- (현)한의학 발전을 위한 열린포럼 운영위원
- (현)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부원장
- (현)토마토아동발달연구소 자문의
- (전)한의사협회 보험약무이사
- (전)한의사협회 보험위원
- (전)자연인 한의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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