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소방관 보험 등 정부가 민간보험의 공공성 강화를 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이 좀처럼 속도를 못 내고 있다. ‘위험도와 보험료가 비례하는’ 보험 논리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업계가 동참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보험업계에선 정부가 추진 중인 소방관·경찰관 등 고위험 직업군 보험상품 출시, 소액간단보험 활성화와 관련해 아직까지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고위험 직업군 보험상품 출시는 지난해 8월 ‘특정 직업군의 보험 가입을 거부하는 것은 차별이니 개선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소액간단보험 활성화는 지난달 말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손해보험산업 혁신·발전방안(1단계)’의 일환으로 각각 추진되고 있다.
먼저 고위험 직업군 보험상품 출시는 사실상 연말까지 논의가 미뤄진 상황이다. 보험사들은 그간 소방관 등을 직업별 상해위험등급 ‘D등급’으로 분류해 보험 가입을 거절해왔는데, 정부 요구대로 이들의 상해위험등급을 상향 조정하면 일반 가입자들의 보험료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 특정 담보의 손해율이 오르면 보험료가 오르고, 오른 보험료를 가입자들이 나눠 부담하는 보험의 특성 때문이다.
일반 가입자들의 부담을 늘리지 않으려면 고위험 직업군에 대해서만 높은 보험료율을 적용해야 하는데 여기에 대해선 정부도 명확한 입장이 없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도의적 문제와 보험 논리상 문제는 별개다. 보험 논리를 무시해 일반 가입자들을 차별하는 것보단 정책보험 등을 추진하는 게 오히려 합리적인 방안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험개발원도 연말 참조요율을 개정할 때 직업별 손해율 등 경험통계를 적용할지 여부를 아직까지 결정하지 못 하고 있다.
펫보험 등 소액간단보험 활성화도 지지부진하긴 마찬가지다. 일반적인 보험상품은 적정 손해율 유지를 위해 손해율이 높은 담보와 낮은 담보가 함께 포함돼 있는데, 현재 논의되고 있는 소액간단보험은 대부분 특정 담보에 대한 단독보장 상품이다. 이 때문에 손해율에 따라선 적자 상품이 될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펫보험만 봐도 진료비가 천차만별이라 손해율이 어느 수준일지 모른다. 상품을 만든다고 해도 보장이 제한되거나 보험료가 높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다른 상품들도 같은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기존 보험사가 손을 대기도, 특화 보험사가 진입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파경보가 내려졌던 지난달 23일 오후 경기 의정부시 제일시장에서 화재가 발생, 진화 작업 중인 소방대원의 옷에 떨어진 소방수가 그대로 얼어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