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지하 기자] 김은경 환경부 장관이 육상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대한 허가를 내주기 전에 환경성과 주민 수용성을 먼저 검토해 사회적 갈등을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김 장관은 15일 경북 영양군 양구리 풍력단지를 방문한 지역 주민 및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풍력발전산업이나 전기 공급이 최종적 목적이 아니고 사람이 사는 것, 삶의 질 자체 개선이 최종 목적"이라며 "그동안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추진 과정이) 선후가 조금 뒤바뀐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또 "새 정부 들어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협의한 건 (이해관계자 간 대립 등의) 문제점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전기사업허가를 내주기 전 환경영향평가를 먼저 실시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것"이라고 했다.
15일 김은경 환경부 장관이 송재웅 무분별한 풍력사업 저지를 위한 풍력입지 기준 마련 범주민대대책위원회 사무차장에게 현황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신지하기자
이날 송재웅 무분별한 풍력단지저지를 위한 범주민대책위원회 사무차장은 "지난 정부때부터 재생에너지 규제가 대폭 완화돼 주민들은 삶의 권리에 대한 최소한의 방어 조치를 잃었다"며 "주민들의 동의도 받지 않고 나무나 산을 훼손하며 (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서는 것은 무분별한 풍력이자 굉장히 폭력적인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영양 지역 주민 박충락씨는 "풍력회사가 주민들에게 일방적으로 통지한 채 풍력단지를 건설하려고 한다"며 "풍력 단지는 사람이 필요해 쓰는 것인데 이런 방식은 사람을 위한 게 아니라 개인 사기업의 이익을 위한 것이나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주민인 안효정씨는 "3년 전 풍력단지가 건립된 이후 잠자리나 곤충류가 거의 사라져 생업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에 김 장관은 "우선 주민과 당사자들이 전부 참여하는 갈등조정협의회 등 관련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기구를 만들어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며 방법을 찾아갈 것"이라며 "사업자에게만 맡겨두지 않고 환경부가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답했다.
양구리 풍력단지는 환경훼손, 산사태 등 재해 우려 등으로 그간 국회와 시민단체의 지적 및 주민 반발 등 갈등이 있었던 곳이다. 영양군은 양구리 풍력단지뿐 아니라 영양풍력, GS풍력 등 대규모 풍력단지가 밀집돼 가동(2곳 51기. 115.5MW) 또는 공사 중(2곳 27기, 99.0MW)이다. 추가 입지를 위한 행정절차가 진행 중(1곳 15기, 48MW)인 곳도 있다.
환경부는 앞으로 재생에너지 확대와 환경성을 동시에 담보하기 위해 발전사업에 대한 계획입지제를 올해 도입하고, 생태우수지역 입지 사업에 대해서는 환경성 검토를 강화할 계획이다.
발전사업 인·허가 후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는 현행 절차에서 발생하는 환경훼손과 갈등문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발전사업 허가 전 환경성과 주민수용성을 검토하는 계획입지제를 제도화하는 환경영향평가법 등 관련 규정을 개정한다.
이미 발전사업 허가를 받아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진행해야 하는 사업, 소규모 발전단지 중 백두대간 핵심구역, 생태자연도 1등급지 등 생태 우수지역에 입지하는 사업에 대해서는 엄격한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환경성을 높여가기로 했다.
아울러 주민 참여·운영사업 육성 및 이익공유 확대 등 주민 참여를 활성화해 갈등을 사전에 예방해 나갈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적극 협력해 나갈 계획이다.
경북 영양군 영양읍 양구리 일대 양구리 풍력사업장 내 비탈길. 사진/신지하기자
경북 영양군=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