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 에스알(SR) 등 공공기관들이 공항과 역사에 입점한 상점들에 불공정 약관을 적용해오다 적발됐다. 이들은 임대차 계약서에 임차인에 불리한 임대료 조정 불가 조항을 넣는 등 이른바 '갑질'을 해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9일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 수서고속철(SRT)를 운영하는 SR의 상업시설 임대차 계약서를 심사해 임차인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9개 불공정 약관 조항을 시정했다고 밝혔다.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는 항공 수요 감소, 항공정책 변경 등과 같이 외부 요인에 따른 영업환경 변화로 매출이 줄어도 임차인이 임대료 조정을 요구할 수 없도록 임대차 계약서에 '임대료 조정 불가 조항'을 넣었다. 이같은 조항은 임차인에게 차임의 증감청구권을 보장하고 있는 민법과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을 위반, 법률에 따른 고객의 권리를 상당한 이유없이 제한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또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임대차 계약서에 매출 증대, 고객서비스 향상 등을 이유로 임차인에게 영업시설물 개선을 요구하면 반드시 따르도록 의무화하는 조항도 담았다. 뿐만 아니라 여객편의 증진 등을 위해 카운터의 위치나 면적 변경을 요청하면 임차인은 이를 적극적으로 따라야 하며, 그 소요 비용도 임차인이 내도록 하는 조항도 넣었다.
김포국제공항 등 전국 14개 지방공항을 운영하는 한국공항공사도 마찬가지다. 한국공항공사는 임대차 계약서에 공항 운영에 필요할 경우 임차인에게 임대위치, 면적 등 계약변경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담았다. 그러면서 임대료 조정, 이전비용 이외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거나 손실보전을 할 수 없는 조항까지 덧붙였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추상적이고 자의적인 사유를 근거로 계약변경을 요구하고 있고, 임차인의 손해배상청구 등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SR는 계약 종료 후 임차인이 영업장에서 나가기를 거부할 경우 계약보증금 전액을 가져가고 단전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는 조항을 계약서에 담았다. 또 임차인에게 보험가입을 강제하고, 미가입시에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내용도 넣었다.
공정위의 적발이 이뤄지자 SR은 시정 권고를 받은 3개 조항을 모두 자진해 고치거나 삭제했다. 한국공항공사는 시정 권고를 받은 3개 조항 중 2개를 자진 시정했으며, 인천국제공항공사는 3개 조항에 대해 시정 권고를 받았다.
배현정 공정위 약관심사과장은 "이번 불공정 약관 시정을 계기로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철도, 공항 내 임대차계약의 건전한 거래질서를 확립하고 임차인의 피해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현정 공정거래위원회 약관심사과장이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 SR의 불공정 계약관행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