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소프트랜딩하나)①'프리미엄' 걷힌 시장, 이제는 안정기로

줄어든 입지에 해외시세 추종…거래환경 개선으로 '고립' 가능성은 낮아져

입력 : 2018-04-09 오전 8:00:00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급격히 요동치던 국내 가상화폐 시장이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다. ‘대장주’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을 비롯한 알트코인들도 고전 중이지만, ‘한국 프리미엄’으로 불리던 거품이 걷히면서 자연스럽게 세계 시장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 지난 2월까지 ‘가상화폐 갈라파고스’로 불리며 독자적인 시세를 형성하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가상화폐 시장이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현재 가상화폐 시장은 천정부지로 치솟던 몇개월 전과 비교하면 전반적으로 침체된 상황이다. 8일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7일 종가(8일 9시)는 753만3000원으로 전일 대비 3.48% 상승했다. 하지만 반등세를 보이던 이달 초보단 하락한 모습이다. 국내 비트코인 시세는 4일 새벽 817만5000원까지 회복됐으나 오후 홍콩 가상화폐 거래소인 비트파이넥스와 바이낸스 등에서 7000달러 지지선이 붕괴되면서부터 매도세가 이어졌다. 이후 700만원대를 벗어나지 못 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공포에 더해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임원들이 구속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가상화폐 광풍이 불었던 지난 1월과 비교하면 시장 자체가 위축돼 있다. 주요 가상화폐 거래량은 10배 이상 줄었고, 시세는 4~10배가량 빠졌다. 다만 변동성이 크게 줄었다. 단기적으로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지만, 반대로 손실 우려가 줄어들기도 했다. 오히려 알트코인들은 침체된 상황에서도 수시로 반등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비트코인이 반등했던 지난 2일에는 그로스톨코인(GRS)이 세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고, 대부분의 가상화폐 시세가 하락한 4일에도 일부 코인들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 때문에 현재 가상화폐 시장을 단순히 침체기로만 보긴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은 “가상화폐는 그동안 화폐인지 금융상품인지 불분명했고, 해킹 등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9년간 시세가 형성되지 않았었다. 그러다 작년부터 미국과 일본에서 가상화폐를 금융상품으로 인정했고, 그 과정에서 시세라는 게 생겨났다”며 “모든 금융상품은 가격 형성기에 오버슈팅(overshooting) 현상이 발생한다. 이후 균형가격을 찾아가는데, 이제는 시장이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때 40~50%까지 치솟았던 ‘한국 프리미엄’이 사라진 것도 긍정적인 신호로 읽힌다. 오히려 해외 시세가 급락하는 시기엔 2~3%의 ‘역 프리미엄’이 낀다. 세계 가상화폐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입지가 줄어들다 보니 국내 투자자들의 매수·매도 패턴도 비트파이넥스와 바이낸스 등 해외 대형 거래소들을 뒤따라가는 식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선 먼저 움직인 해외 시세에 국내 시세가 맞춰질 때까지 일시적으로 간격이 벌어지게 된다. 과거와 비교하면 국내 시장의 예측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앞으로 국내 가상화폐 시장이 활황세로 전환돼도 지금과 같은 상황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김화준 한국블록체인협회 부회장은 “초기에 한국 프리미엄이 형성된 원인 중 하나는 국내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공급이었다. 국내·해외 거래소 간 송금 등 거래가 원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이미 거래 환경이 많이 개선됐고 앞으로도 더 개선될 것이다. 다시 수요가 급증해도 얼마든지 공급량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예전과 같은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사진/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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